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중국 수출 실적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줄었다. 중국 회사들이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앞으로 수출 전망도 낙관적이지 않다.
정해식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지난 21일 '휴대폰 산업 수출 경쟁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에서 국내 업체의 위상 약화, 현지 부품 생태계 고도화, 일본 부품업체 공세 등으로 대중 수출이 줄었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중국에 수출된 휴대전화 부품과 완제품 규모가 27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2% 급감했다고 전했다. 중국 수출 비중도 작년 21.2%에서 올해 16.7%로 감소했다.
홍콩 수출은 작년보다 14.9% 증가한 29억8,000만달러를 기록했으나 중국과 홍콩을 합한 수출은 작년보다 10.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갤럭시C 시리즈 등 중국 시장에 최적화한 제품을 선보였으나 역부족이었다.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상위권은 화웨이, 오포, 비보, 레노버, 샤오미 등 현지 회사 일색이었다.
그나마 올해 1∼8월 휴대전화 수출이 163억7,000만달러로 7.8% 감소하는 데 그친 것은 일부 프리미엄폰의 선전 덕에 미국 수출이 49억7,000만달러로 19.9% 증가했기 때문이다.
정 연구원은 "선진시장의 보급률 포화와 신흥시장의 교체 수요 둔화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든 가운데 화웨이, 비보, 오포 등 중국 회사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브랜드가 중저가뿐 아니라 프리미엄 제품에서도 삼성과 애플 수준의 제품을 출시하면서 국내 업체가 느끼는 경쟁 강도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중국 회사들은 배터리를 비롯한 스마트폰 부품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1일 보고서에서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수요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때만 생산 능력을 키우지만, 중국 회사들은 계속해서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단일 배터리 공급사로 관심을 끈 중국의 ATL(Amperex Technology Limited)이 대표적이다.
ATL은 리튬 폴리머 배터리 분야의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올해 생산 능력 기준 점유율 20%를 기록해 소니(18%), 삼성SDI(11%), LG화학(10%) 등 전통 강자를 모두 물리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삼성SDI의 일부 배터리에서 결함이 발견되자 거래를 잠정 중단하고, ATL로부터 갤럭시노트7용 배터리 400만대를 추가 공급받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의 공급사를 찾겠다고 했지만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트렌드포스는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는 스마트폰 비율은 2011년 35%에서 올해 70%로 높아졌고, ATL은 현재 세계 리튬 배터리 업계를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부품업체들이 자사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샤프, 무라타제작소, TDK, 쏘니, 미쓰이전기 등 일본 부품업체들과 거래를 확대하면서 국내 업체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
앞으로 한국 스마트폰 시장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하다.
정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중국 제조사의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로 부품 수요가 확대되겠지만, 국내 업체의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 반등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 업체는 갤럭시노트7 배터리 폭발과 같은 돌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품질 관리를 강화하고, 각종 최신 기술을 탑재해 시장 선도 업체로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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