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보훈처장이 22일 ‘한미 친선의 밤’ 행사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인데 대해 송구스럽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가 미측 관계자들이 참석한 공식 석상에서 굴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처장은 이날 저녁 사단법인 한미협회가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개최한 제14회‘한미 친선의 밤’ 행사 축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20일 이후 언론 보도를 보면 추석 민심이 사드 배치를 절대적으로 찬성을 해서 야당도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바꾸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처장은 “이와 같이 우리 국민은 한미동맹에 의해 핵ㆍ미사일 위협 뿐 아니라 재래식 군사 위협을 억지하며 지금까지 평화를 유지하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처장의 이 같은 발언은 북핵 위협에 대한 대응으로 한미가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는 언급 과정에서 나왔다.
그러나 박 처장의 사과 발언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된 것”이라는 그간 우리 정부의 입장과 어긋나는 측면이 크다. 국내에서 제기된 사드 반대 여론을 두고 미국에 사과한 것은 ‘미국이 추진하는 일에 방해가 됐다’는 의미가 깔려 있어, 결국 사드가 한국이 아닌 미국의 필요에 따라 배치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차관급인 보훈처장이 미측 관계자들 앞에서 “송구스럽다”며 저자세를 보인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발언의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할 것 같다”며 “'송구스럽다'는 발언 하나만 두고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외무부 장관을 지낸 한승주 한미협회장과 임성남 외교부 1차관(외교장관 대리 자격),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토머스 버거슨 주한미군 사령부 부사령관,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한미 양국 인사들이 참석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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