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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축소의 덫 '식량주권·난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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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축소의 덫 '식량주권·난개발'

입력
2016.09.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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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과잉 해소 대책ㆍ지역 개발 명목

40여년 만에 ‘절대 농지’ 수술대에

농축산물 수입 늘면 식량파동 노출

개발 압력에 투기 등 부작용 우려

“농지는 유지하고 휴경 시키거나

순수 농지 외엔 농장 등 활용을”

농사 짓는 데만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농업진흥지역(절대농지) 제도가 출범 40여년만에 수술대 위에 올라 있다. 지나치게 넓은 농지를 줄이지 않고서는 쌀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사안은 아니다. 농지보전 정책이 약해지면 식량안보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도시 주변 농지가 풀리면 난개발을 부채질할 거란 우려도 비등하다. 절대농지 해제의 딜레마다.

농지 면적을 줄여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새누리당 모두 공감대를 표시하고 있다. 특히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쪽은 새누리당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21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농민의 희망을 받아서 농업진흥지역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하듯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급격한 해제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농업진흥지역을 순차적으로 줄여나가자는 입장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2016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전체 농업진흥지역(81만1,000㏊)의 10% 가량을 금년 중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2일 쌀 수급안정 당정간담회에서 농업진흥지역 중 농업보호구역에 대해서는 우선 해제할 수 있다는 뜻을 비쳤다. 농업진흥지역은 대규모 농지(평지 10㏊ 이상)인 농업진흥구역과 농업환경 보호에 필요한 농업보호구역으로 나뉘는데, 소규모 농지로 이뤄진 농업보호구역을 우선적으로 해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농업진흥지역 규제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는 것은 규제가 처음 도입된 1990년 이후 26년 만이다. 농업진흥지역의 전신인 절대농지 제도의 도입 시점(75년)부터 계산하면, 40여년 만에 농지보전 제도가 근본적 수정을 맞는 셈이다. 당정이 농지보전 제도의 근간에까지 손을 대려는 것은 쌀 소비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생산은 제자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쌀 가격을 유지하고 재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절대농지 제도가 처음 도입된 75년 129.4㎏에 달했으나, 지난해 62.9㎏로 급감했다.

도시보다 뒤처진 지역개발을 장려하기 위해서라도 농업진흥지역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조명호 강원발전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농지로서 생산성이 높지 않은 농지는 좀 더 다양하게 활용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지방의 경우 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해서라도 이에 활용할 용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을 농지로만 묶어두고 땅값을 낮게 유지하는 이 규제가 농지 소유주인 농업인들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농지를 줄이면 당장의 쌀 생산은 줄일 수 있지만, 다른 밭 작물의 생산량까지 줄여 전체 식량자급률(곡물 기준 23%)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쌀 문제를 해결하려다 식량주권을 잃게 되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농축산물 수입이 늘면 세계적 식량 파동에 직접적 영향을 받고 수입산의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영향에도 고스란히 노출된다”고 우려했다.

여당 방침대로 농민 신청에 따라 농지를 풀어 주는 경우 난개발 문제도 피할 수 없다. 특히 수도권의 농지가 대거 개발 압력을 받게 되고, 일대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며 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민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세종시를 개발할 때도 농지 가격 및 임차료가 엄청나게 뛰었다”며 “60~70%에 달하는 부재(不在) 지주만 이득을 얻고 피해를 보는 것은 주로 농민들”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농업진흥지역 규제 내에서의 탄력적 제도 운용을 통해 생산량 과잉 문제를 해결할 대안을 제시한다. 장경호 부소장은 “선진국 사례를 보면 공급이 많으면 농지는 유지시키고 휴경을 시킨다”며 “ 흉년이 들면 다시 농사를 짓게 해 장기적 수급을 조절한다”고 말했다. 농업진흥구역을 세분화하고 그 유형에 따라 가능한 행위를 단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농업경제연구원은 “농업진흥구역을 1종ㆍ2종으로 나눠 순수 농지 기능을 보전하면서도 일부 구역에는 체험농장, 레스토랑, 허브테라피 등을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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