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엔 中 유학생 재수학원까지
일본의 유명 대학교들이 국내 대입경쟁에서 밀려난 중국 학생들의 ‘패자부활전’무대로떠오르고 있다.
22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ㆍ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도쿄(東京)대, 게이오(慶應)대, 와세다(早稻田)대 등에 베이징(北京)대, 칭화(淸華)대 등 중국내 명문대에 낙방한 중국 학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화를 추진하는 해당 대학 입장에선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근 일본대학들이 각종 세계 랭킹에서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학생들의 ‘학력 세탁소’로 낙인찍힐 수도 있어서다.
이 같은 추세는 중국 학생들 사이에서 자국내 ‘2류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차라리 일본 유명대학을 선택하는 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는 믿음이 확산되면서다. 실제 도쿄시내 신오쿠보 지역엔 중국 유학생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유명 재수학원들이 성업중이다. 이들 학원 입구에는 ‘도쿄대 5명, 교토(京都)대 9명, 와세다대 60명 합격’등 실적을 선전하는 광고판이 붙어있다. 학원의 입시지도 강사 대부분이 중국인이고 중국어로 수업이 이뤄진다. 학생들은 오전에 각자 일본어학원을 다닌 뒤 이곳으로 와 밤 9시까지 대입준비수업을 받는다. 주말에도 쉬지 않는 스파르타식 수업으로, 대략 1년에서 1년반 만에 합격할 수준에 도달한다고 전해졌다.
중국인 학생들에겐 특히 와세다대학이 인기다. 브랜드파워에 있어 게이오대나 히도쓰바시(一橋)대를 앞선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닛케이는 “와세다대학에 적을 둔 중국 학생이 지난 5월 현재 2,550명으로 5년전에 비하면 40%나 늘었다”라며“고급 브랜드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에게 와세다는 가방으로 치면 루이뷔통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중국계 입시학원에 따르면 대학 진학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온 중국 학생 중 절반 가량은 앞서 중국에서 대학이나 대학원 입학시험에 낙방한 학생들로 추정된다. 중국의 악명 높은 대입시험인 ‘가오카오(高考)’에 좌절한 학생들이 일본 명문대 주 고객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 타임스 하이어 에듀케이션이 6월 발표한 아시아대학 랭킹에선 지난해 1위였던 도쿄대가 7위, 교토대는 9위에서 11위로 내려갔다. 닛케이는 정작 중국의 최상위 학생들이 유학지로 선택하는 곳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유명대학이라고 덧붙였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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