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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내 마음이 고장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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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시 ‘내 마음이 고장 났다’

입력
2016.09.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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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숙 ?

이달의 시, 시인 정을숙씨
이달의 시, 시인 정을숙씨

내 마음이 고장 났다

고쳐주오

아름다운 것을 보아도 시들해졌소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가슴은 반가운데 머리는 짜증을 내오

길을 걷다 멍할 때도 있소

마음의 병이 난 것 같소

억지로 큰 소리로 웃어도 보았소

그때뿐이라오

어쩌면 좋아요

큰일이다 싶어요

누가 치료방법 있으면 가르쳐주오

고쳐주면 따뜻한 커피 한 잔 사겠소

잉 신기하오

한줄한줄 마음을 적어가니

고쳐진 것 같소

털어놓는 거보다 좋은 약은 없는 것 같소

시인소개

정을숙은 1966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나 마산여상 졸업 후 진해에 거주하며 낙동강문학 창간호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시민문학 기획위원, 낙동강문학 편집인을 지냈으며 한국시민문학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내 마음이 고장 났다(시민문학사刊) 등이 있다.

해설 김인강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사람 속에 섞여 살아가야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문득 모든 것이 허무해지고 제어할 수 없는 자신의 마음,

가슴과 머리가 따로 노는 상황을 이겨 내는 게 쉽진 않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어딘가에 심하게 충격을 받아도,

마음이 고장 나서 이성이 감정을 지배 할 수 없게 되어 버린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건, 조용히 들어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는 것.

독백이건 대화건, 누구에겐가 자신의 얘기를 풀어 놓을 수 있을 때

상대로부터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반사의 힘이 생긴다.

고장을 내는 것도, 치유를 하는 것도 곧 나의 감정이요, 이성이다.

한 줄 한 줄 마음을 털어 놓으며 스스로 자정하는 힘을 기르며,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것이 결국은 치유의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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