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을 선발할 때 청년변호사들을 우선 배정해줄 수 있습니까?”
법원행정처(처장 고영한 대법관)가 22일 경력 10년 미만의 변호사 18명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초청해 마련한 ‘청년변호사와의 소통 간담회’에서는 얼어붙은 변호사시장을 반영한 듯 사건 수임과 관련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대법원이 그 동안 소송 대리인으로 마주해온 청년변호사들의 어려움을 듣고, 법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박찬익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총괄심의관은 “(기회 균등의 차원에서) 지원 자격을 청년변호사로만 한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열의와 실력을 갖춘 청년변호사가 국선변호인으로 신청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답했다.
청년변호사들은 혼탁해진 법률시장을 정화하는 데 법원이 앞장서달라고 요구했다. 사건 수는 제한돼있는데 여기에 변호사가 아닌 브로커들이 개입하면서 사건이 더욱 줄어들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박대영 변호사는 “변호사 수가 늘면서 변호사 시장이 축소되고 생활도 어려워지는데, 브로커와 연결이 안 된 회생사건은 거의 없을 만큼 브로커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며 “법원이 브로커와 연계된 사건으로 의심되면 사건을 제지하거나 징계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브로커 척결에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회생ㆍ파산 브로커를 척결하기 위해 법원이 지난해 1월 브로커가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십 명에 대해 서면 경고를 한 뒤 8월 검찰에 수사의뢰했다”며 “개인회생 사건은 절차가 생소해 변호사가 오히려 절차에 정통한 브로커에게 휘둘리는 사례도 있으므로 변호사를 상대로 개인회생 사건에 대한 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경력 판사를 선발할 때 그동안 수행한 사건 등 실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아람 변호사는 “법조일원화가 정착되면 경력 변호사들이 판ㆍ검사로 지원하게 되는데, (신규 법조인을 선발할 때 활용하는) 성적이나 시험보다는 (변호사로서 활동한) 그 동안의 경력과 이끌어낸 판결을 기준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변호사들은 실무를 담당하면서 맞닥뜨린 애로사항도 토로했다. 유영무 변호사는 “소송 초기에 사건이 조정에 회부되면 양측이 지향하는 바가 달라 조정이 어렵다”며 “사건이 어느 정도 진척돼 양측에서 증거자료가 제출된 뒤 조정으로 회부하는 등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외국인ㆍ난민 사건과 관련한 건의사항도 나왔다. 이주민지원 공익센터 ‘감사와 동행’의 대표변호사인 고지운 변호사는 “외국인인 소송당사자가 사법지원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통ㆍ번역 서비스가 필요한데, 현재 서울지역 법원과 행정법원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주민들이 밀집돼있는 지방의 각급 법원으로 서비스를 확대해달라”고 요구했다. 2심에도 난민 전문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통역인을 넓게 확보하려고 하지만 인력풀이 많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고 개선하려고 한다”며 “최근 난민사건 증가에 따라 12개 행정부 재판부 가운데 8개 재판부가 난민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오히려 전문 재판부로서의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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