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은 수험생 친화적 전형… 학교ㆍ교사 간 차이 당락에 큰 영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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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은 수험생 친화적 전형… 학교ㆍ교사 간 차이 당락에 큰 영향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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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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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 충실도가 핵심 평가 기준

고교 교육과 훨씬 더 밀접하게 연동

대입, 학교생활의 자연스러운 반영

학생 자신에 맞는 전형 집중할 필요

사설 컨설팅은 학부모 불안 이용

자소서 잘 써도 과장된 내용 걸러

자신의 과정 있는 그대로 보여야

왜 사실 이야기해도 믿지 않는가

대한민국 부모는 학(學)부모가 되면 모진 학(虐)부모로 변하기 일쑤입니다. 소수의 극성 학부모가 부추기는 탓입니다. 그들은 경제력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채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사교육의 험로로 평범한 다수 학부모를 몰아갑니다. 하지만 그게 올바른 길일까요.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이 학부모 대변인 노릇을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역과 자녀 나이 등이 다양한 학부모 12명으로부터 받은 질문을 들고 올바른 길을 물으러 다닐 계획입니다. 아마 그 길은 행복한 부모의 길과도 만날 터입니다. 오늘부터 격주로 연재되는 ‘학부모 대변인 박재원이 간다’에 큰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불신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다시 커질 조짐이다. 최근 광주의 한 여고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조작 사건이 벌어지면서다. 도입 초기부터 학종은 불투명하고, 그래서 불공정할 게 틀림없다는 추측성 비난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대학입시 전형에서 차지하는 입지를 넓혀 왔다. 이를 선도한 이가 권오현(58)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다. 권 교수가 입학본부장을 맡았던 2014년 7월부터 2년 동안 서울대는 학종의 본산이 됐다. 그라면 학종의 진실을 알려줄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19일 그를 만났다.

19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사범대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권오현 교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지원자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에 다른 전형보다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이 합격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고영권 기자

복잡하고 부담이 크다는 오해

-입시 제도가 복잡해지고 부담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서 도입된, 수험생 친화적인 전형이 학종입니다. 2013학년도까지 존속된 입학사정관전형과는 달리 모든 학생의 공통된 활동인 학교생활충실도를 핵심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응당 학교에서 해야 하는 교실수업 등 기본적 활동만 충실히 수행하면 되기 때문에 이전의 전형들보다는 훨씬 더 밀접하게 고교 교육과 연동돼 있습니다. 학종이든 수능이든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전형을 집중적으로 준비하기 바랍니다.”

권 교수의 답변은 요즘 흔히 들리는 얘기와 달랐다. 정시는 물론 새로 생긴 수시까지 같이 준비한다면 복잡해지고 부담이 커진 것이 맞다. 반대로 수시의 네 가지 유형과 정시 중에서 자신에게 적합한 경로를 선택한다면 권 교수의 말이 맞다. 선택은 다소 복잡해졌지만 취약 과목 때문에 고생하지 않고 장점을 살릴 수만 있다면 별 게 아니다.

반면 현실에서는 반대 움직임들이 보인다. 우선 수시ㆍ정시를 모두 준비하게 해야 사교육시장은 그만큼 커진다. 복잡해졌다고 생각해야 입시 컨설팅도 수요가 생긴다. 맞춤형 입시지도를 하지 않는 일부 학교도 이것저것 다 준비하라는 식이다. 수시와 정시를 모두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몸소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처지와 선발권을 행사하는 대학의 판단 아니겠는가. 학생들은 당연히 부담이 적은 쪽을 원할 것이다. 학부모들은 우선 ‘복잡하다’거나 ‘부담이 크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교ㆍ교사를 잘 만나야 한다는 오해

-학종은 학교나 교사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학교나 교사의 차이에 의해 학생에게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대학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학교에 공통적인, 교실 수업에의 참여 태도와 그 참여를 통한 성취 결과를 중점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학교ㆍ교사 간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은 실제로는 대입 당락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입니다. 이전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학생의 독특한 경험을 중요시하다 보니 비(非)교과에 큰 관심을 둔 반면, 학종은 학교생활 중심인 데다 교실 수업과 그 연장선으로서의 비교과 활동을 통한 배움과 성장을 평가하는 것이기에 혼동하면 안 됩니다.”

학부모 인맥까지 동원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특수목적고(특목고) 등의 스펙 쌓기를 고발하는 언론 보도를 무색하게 하는 답변이다. 또한 학생부 기록에 소극적인 교사로 인한 불이익을 너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답변으로도 들린다. 역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기회는 많지만 별 관심도 없고 소극적인 경우와 반대로 기회는 빈약하지만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력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학교의 기회와 교사의 기록은 충실하지만 학생의 성장이 부실한 경우와, 기회와 기록은 부실하지만 학생의 성장은 충실한 경우를 놓고 과연 대학은 어떤 선택을 할까. 기록만 믿고 학생을 뽑았다가 대학이 입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후자라고 판단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결국 학부모 처지에서 학교의 기회와 교사의 기록만 놓고선 유리하다는 낙관도 불리하다는 비관도 금물이다. ‘학생 효과’, 그러니까 주어진 기회를 활용, 진정 배우고 성장하는 학생의 모습에 기대를 걸어야 마땅하다.

부모 능력이 좌우한다는 오해

-학종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 차이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은 어떤가요.

“다양한 경험 자체를 중요시한다면 부모가 자녀의 활동 영역을 확대해주는 것이 효과적이겠지만, 학종은 학교생활충실도를 중심에 두는 만큼 부모가 직접 간여할 부분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지휘자처럼 학생의 학교생활에 간여한다면 학생의 자기주도성 계발을 방해하면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역시 세간에 떠도는 얘기와 다르다. 관련 답변도 이어서 소개한다. “사설 입시컨설팅은 학부모들의 불안심리와 사교육시장의 대응 전략이 결합된 현상이기 때문에 학종의 취지에 맞게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자기소개서 내용을 아무리 잘 써도 공식 문서인 학생부에 없거나 과장된 내용은 걸러지게 마련입니다. 마찬가지로, 진로 설계를 정해진 포맷에 맞게 일관되게 쓴다고 그것을 중요하게 보지 않습니다. 학교생활을 통해 성실히 공부하고 열심히 자신을 만들어간 과정과 결과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부모가 스펙은 만들어도 스토리까지는 만들지 못한다고 나는 자주 말해왔다. “자기소개서를 보면 추상적인 표현이 너무 많다. 어떤 활동이 아니라 활동을 통한 학생의 변화를 보고 싶은데 잘 드러나지 않아 답답하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이 흔히 하는 말인데, 왜 그런지 잘 안다. 누가 추상적으로 쓰고 싶겠는가.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모의 면접을 해보면서 나는 충분히 확인했다. 배우와 관객, 참여자와 방관자의 차이라고나 할까. 주도성을 발휘하지 않으면 그 어떤 경험도 스토리를 만들어주지 못한다. 스토리 없는 스펙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화려하게 포장해도 면접에서 내용물의 부실함이 드러나면 오히려 불리해진다. 학부모 처지에서는 권 교수가 언급한 ‘부정적 영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면접관을 속여야 하는 위태로운 처지에 학생이 빠지지 않도록 학부모는 기회와 기록을 위한 물질적 지원이 아니라 자기주도성 발휘에 도움을 주는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데 주력하는 것이 옳다.

권오현(사진 오른쪽) 서울대 교수가 19일 ‘학부모 대변인’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고영권 기자

“대입은 준비의 결과가 아니라 학교생활의 반영이어야”

인터뷰를 하며 권 교수에게서 가슴 벅찬 얘기를 들었다. “대학입시는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의 자연스런 반영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학종이 주목하는 좋은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준비에 치중하기보다 학교생활 속에서 자신의 역량과 소양을 쌓을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기 바랍니다. 고교 재학 기간은 미래의 내 모습을 꿈꾸고 그려갈 수 있는 골든 타임입니다. 고교 생활 전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넓고 깊게 공부한다면 알차고 보람 있는 고교 생활을 보내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인재로 성장하는 데에도 한 발짝 가깝게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권 교수의 말을 믿고 학부모들이 학생들과 함께 그런 입시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밤늦게까지 학원에 있지 않고 학교 수업만으로 충분한 아이와 수능이 끝날 때까지 전전긍긍하지 않고 시험 스트레스도 안 받는 부모. 할 일이 많이 줄어 한가한 엄마와 돈과 정보가 부족해도 주눅 들지 않고 당당한 아빠 모습.

하지만 현실은 찬물을 끼얹는다. 학생부 조작 같은 사건을 빌미로 학종 자체를 부정한다. 학생 효과보다 ‘학교 효과’와 ‘교사 효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고발성 보도와 ‘사교육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 세력, ‘부모 효과’를 노리는 일부 극성 학부모, 입시 실적에 매몰된 일부 고교가 한 편이 돼 움직이는 것 같다.

권 교수가 말한다. 아무리 사실을 얘기해도 왜 믿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내가 말했다. 선생님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사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사실로 인정할 경우 불이익이 걱정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대부분 공정성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학종을 공격한다. 하지만 목소리만 큰 그들이 아니라 압도적인 다수이면서 침묵 중인 학부모들에게 묻는다.

“지금까지 학종의 두 얼굴을 봤습니다. 보완이 필요하긴 하지만, 잠시 전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희망하십니까, 아니면 여전히 수능 같은 입시전쟁을 원하십니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행복한공부연구소장

▦권오현 교수는

-1958년 경남 산청 출생

-서울대 사범대 독어교육과에서 학ㆍ석ㆍ박사 학위

-서울대 교육연수원장(2010~12년), 서울대 입학본부장(2014~16년)

-현재 서울대 독어교육과 교수, 한국독어독문학교육학회 회장, 한국남명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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