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질자연원구원 등 심포지엄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지적
“전진ㆍ본진ㆍ여진 규정도 성급”
경주 5.8 지진이 통상적인 지진이 아니라 그 동안 한반도에서 잘 일어나지 않았던 특이한 지진이나 군발(群發)지진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정부 설명대로 앞으로 여진이 점점 약해지는 게 아니라 규모 5.8 안팎의 또 다른 지진이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2일 오후 서울대에서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한국지구물리ㆍ물리탐사학회가 공동 주최한 ‘긴급진단 한반도 지진! 우리는 안전한가?’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기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명예교수는 이 자리에서 재난당국이 이번 지진을 전진(12일 규모 5.1)과 본진(12일 5.8), 여진(19일 4.5)으로 규정한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12일 이후 계속되고 있는 크고 작은 지진이 본진에 따른 여진이라면 발생 빈도가 시간에 반비례해 급격히 줄어들어야만 한다. 가령 본진 나흘 뒤 여진 수는 이틀 뒤 여진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야 한다. 그러나 기상청에 따르면 12일 본진(규모 5.8) 후 14일(9건)과 16일(6건)의 지진 횟수는 큰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이후에도 매일 비슷한 횟수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12~22일(오후 4시 30분까지) 경주 일대의 지진은 총 141회나 됐다. 이 교수는 “비슷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는 ‘군발 지진’이 아닌지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군발지진이란 특정 지역에서 본진이라 할 만한 큰 지진 발생 없이 길게는 수 개월에 걸쳐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여러 차례 일어나는 것을 일컫는다. 우리리나라에선 1500년대 평안도에서 2년 간 군발지진이 이어진 적도 있다. 일각에서 군발지진을 대지진의 전조(前兆)로 보는 시각에 대해 이 교수는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주 5.8 지진은 진원이 깊어(지하 12~16㎞) 피해가 적었다는 설명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이 교수와 장성준 강원대 지질ㆍ지구물리학부 교수는 기상청 등이 보유한 장비로는 진원 깊이를 정확하게 짚어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세계 표준 장비이긴 하지만 한반도 특유의 지질 구조는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지각의 움직임으로 한반도 지하에 쌓인 응력이 이번에 경주 일대 단층으로 분출돼 나왔다는 추측도 도전을 받았다. 이 교수는 “이 논리가 성립하려면 2011년부터 지금까지 일본과 한반도 사이 해저 단층들에서도 지진 활동이 일어났어야만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조사하지 않고 동일본 대지진의 영향이라고 확신하기 어렵다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2012년 소방방재청(현 국민안전처)에 활성단층 연구 보고서를 제출(본보 19일자 1면)한 최성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도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했다. 최 관장은 “당시 광역도시를 통과하는 25개의 큰 단층을 조사해 양산과 울산 단층의 일부분, 가천 읍천 수렴(이상 영남) 추가령 왕숙천(경기) 공주 의당(충청) 정읍 전주(호남) 단층 등이 활성단층일 가능성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중 읍천 단층은 원자력발전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성 단층으로 예상돼 한국수력원자력에 알렸고 이후 한수원이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관장은 “활성단층과 활동성 단층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활성단층은 258만8,000년 안에, 활동성단층은 5만년 이내에 움직인 흔적이 있는 단층을 말한다. 그는 “국내 원전 내진설계 기준에선 활성단층이 아닌 활동성단층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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