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이렇게 변했는데 아직도 자녀를 학원에 보내시나요? 성적만 올리는 공부, 이젠 소용 없습니다. 자기주도능력과 성적을 모두 잡는 ○○○을 선택하세요.’
한 자기주도학습 업체의 광고문구다. 학생에게 1대 1 매니저를 붙여 학습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전문업체들, 아이가 스스로 공부를 하게 도와준다는 학습지들이 범람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공부 습관은 초등학교 때 완성된다,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며 하루 속히 자기주도학습을 시작하라고 채근한다. 아이가 단순히 공부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좋아서’ 공부를 하며 성적도 좋기를 바라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업체나 학습지를 통한 학습은 ‘매니저주도학습’ ‘학습지주도학습’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자기주도학습은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정하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를 모두 스스로 판단해서 하는 해보는 것이다. 정광순 한국교원대 초등교육학 교수는 “자기주도학습은 자기 일을 자기가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부모는 자녀가 도움을 요청할 때 요청하는 도움만 주어야지, 먼저 ‘이렇게 해라’라고 개입하는 것은 자기주도학습을 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물론 부모들은 반문한다. “안 시키면 아무것도 안 하는데요.” 그건 지금까지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누워만 있던 갓난아기가 근육 힘을 길러 스스로 앉고 걸을 수 있게 되듯, 학습하는 힘 역시 오랫동안 아이 스스로 길러야만 하는 것”며 “유치원 시기부터 아이가 하는 대로 지켜보면서 맞는 학습법을 천천히 찾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특히 “자기주도학습은 아이가 자기 속도에 맞게 천천히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을 더 주고 배려해 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전문업체나 학습지에서 스케줄을 짜 주는 자기주도학습은 자기주도를 가장한 영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영재아를 둔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도록 내버려뒀다”고 말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가정에서라도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정광순 교수는 “아이가 하루를 보내는 학교 학원 가정 세 곳 중 한 곳에서라도 자기주도 학습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학교와 학원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가정에서라도 자기 일을 스스로 하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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