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때 빚, 아직도 갚고 있다”
유치 경쟁 중도 포기 가능성 커져
2024년 하계 올림픽 유치 경쟁에 나섰던 이탈리아 로마시가 비르지니아 라지(38) 시장의 강력한 반대로 유치 경쟁을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시청 고위직 인사 줄사퇴 및 측근 비리를 감싸기 위한 거짓말로 위기에 몰린 라지 시장이 ‘올림픽 유치 포기’ 발언까지 하면서 로마 시정은 더욱 혼란에 빠지는 분위기다.
로마 사상 최초의 여성시장으로 각광을 받았던 라지 시장은 21일(현지시간) “로마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로마는 1960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진 빚을 아직도 갚고 있는 처지”라며 “올림픽은 일부 사업가에겐 유용하겠지만 대부분의 주민에겐 그렇지 않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앞서 조반니 말라고 이탈리아올림픽위원회(CONI) 위원장은 “로마 시장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올림픽 유치를 포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이탈리아 부흥의 상징으로 2024년 올림픽을 개최하려 했던 마테오 렌치 총리의 계획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라지 시장은 선거 유세 때부터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로마는 거대 이벤트보다 대중교통 불편, 쓰레기난 등 일상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올림픽에 회의적이었다. 이에 CONI는 올림픽 개최 예산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분담금, 기업체 후원금, 국고로 충당하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재활용하는 등 예산 절감 방안을 최근 내놨다.
1960년 올림픽 개최지인 로마는 2024년 올림픽도 최종 포기할 경우, 예산 문제로 막판 철회한 2020년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 유치 문턱에서 좌절하게 된다. 로마가 중도 포기하면 2024년 올림픽 개최권 경쟁은 프랑스 파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 3파전으로 정리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b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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