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모리스-BAT코리아 등 제조사
재고 늘린 뒤 판매… 2000억 탈루
“기재부 미처 인지하지 못해”
필립모리스코리아와 BAT코리아 등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지난해 담뱃세 인상을 앞두고 재고를 급격히 늘린 뒤 담뱃세 인상 후 판매하는 방식으로 2,000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정부는 2015년 1월1일을 기점으로 담배 1갑당 세금을 1,591원 올렸다.
감사원의 ‘담뱃세 등 인상 관련 재고차익 관리실태’ 감사에 따르면,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2014년 9월 정부가 2015년 담뱃세 인상을 예고하자 ‘매점매석 고시’를 앞두고 재고량을 급격히 늘렸다. 매점매석 고시는 2014년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 동안 월별 담배 반출량이 과거 월평균 반출양의 104%를 넘지 못하게 해, 담배 재조사가 재고를 늘려 폭리를 취하는 것을 막는 조치다.
그러나 말보로 제조사인 필립모리스코리아는 445만갑(2013년 말) 수준이던 평년 재고량이 2014년 말 1억623만갑으로 24배 가까이 늘어났다. 던힐 생산업체인 BAT코리아의 경우 2013년말 재고가 제로(0)였지만 2014년 말에는 2,463만여갑으로 폭증했다. 이들은 임시 보관창고에 재고 담배를 옮겨놓고 물량이 반출된 것처럼 속이거나, 제조장 내에 재고를 쌓아두고도 반출된 것으로 전산망을 조작했다.
담배 제조장에서 유통망으로 담배를 반출하는 시점에 담뱃세가 부과되는 점을 악용해 반출된 것처럼 꾸며놓아 인상 전 세율을 적용 받은 것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탈루한 세액은 필립모리스코리아가 1,691억원, BAT코리아가 392억원으로 모두 합쳐 2,083억원에 달한다.
감사원은 행정자치부, 보건복지부, 국세청에 필립모리스 측이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 2,371억원, BAT코리아가 탈루한 세금과 가산세 550억원 등 2,921억원을 부과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통보했다.
이처럼 담배회사들이 정부와 소비자들을 우롱한 뒤에는 정책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있었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9월 담뱃세 인상을 위한 개별소비세법 등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담배제조사, 유통사 등이 얻게 되는 재고 차익을 국고로 귀속시킬 근거 조항을 마련하지 않았다. 담뱃세 인상 과정에서 이들이 얻은 재고차익은 무려 7,938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국고로 환수되어야 할 이 돈은 정책미숙으로 인해 결국 담배제조사와 유통사의 이익으로 돌아갔다. 기재부는 또 담뱃세 인상을 앞둔 업체들의 탈세 시도가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이 재고차익 시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처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며 “이 같은 정책문제에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외부 창고로 재고물량을 뺐기 때문에 반출된 것으로 봐야 하고, 이에 따라 세금도 적법하게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조영빈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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