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주.. 선거법 위반 혐의
4ㆍ13 총선을 앞두고 해외에서 ‘박근혜 심판’ 신문 광고를 게재했던 고(故) 장준하 선생의 3남 장호준(57) 목사가 불구속 기소됐다. 장 목사 측이 ‘정치적 탄압’이라며 수사 협조를 거부하자 검찰은 장 목사에 대한 조사 없이 재판에 회부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장 목사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 중인 장 목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미국과 프랑스 등 현지 한인매체에 새누리당을 반대하고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하자’는 내용 등이 담긴 광고를 10차례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목사는 지난 4월 주미 보스턴 총영사관 인근에서 같은 취지로 피켓시위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장 목사 사건은 초반부터 논란을 빚었다. 중앙선관위는 조사에 불응하는 장 목사에 대해 여권반납 조치를 결정하고 외교부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장 목사는 2012년 재외선거 도입 이래 선거법 위반자에 대한 여권반납 조치 첫 사례가 됐다. 여권이 무효가 된 상황에서 검찰의 1차 소환 통보를 받은 장 목사는 공개적으로 소환 불응 의사를 밝혔다. 장 목사는 인터넷커뮤니티에 검찰의 출석요구서와 외교부 결정문을 등을 올리고 “본인의 여권에 대한 행정무효조치로 해외여행의 자유가 박탈당해 (검찰에) 출석할 수 없다”고 알렸다. 검찰이 장 선생의 기일인 8월 17일을 소환 조사일로 정해 통보한 점도 네티즌들로부터 빈축을 샀다.
검찰 관계자는 “장 목사에게 여행증명서 발급을 통한 입국 방법과 현지 영사관 조사 또는 화상조사 방법도 있다고 안내했지만 본인이 소환을 거부해 기소하게 된 것”이라며 “당시 주임 검사가 기일인지 모르고 소환 날짜를 잡았을 뿐 특별히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희망시민연대 이사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장 목사는 전례 없던 여권반납 조치와 검찰 수사를 장준하 선생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현 정권의 정치탄압으로 보고 수사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1944년 일본군에 징집됐다가 탈출해 광복군 소속으로 활동했던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정권 하에서 반독재 투쟁에 앞장서다 1975년 8월 17일 경기 포천의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부는 등산 중 실족해 추락사한 것으로 결론 내렸지만 2012년 장준하 선생의 유골이 이장되는 과정에서 두개골 부위의 원형 함몰이 확인되면서 타살 의혹에 힘이 실렸다. 미국 영주권자인 장 목사는 미주지역의 진보단체 대표를 맡아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활동 등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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