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팀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 SK 고메즈(왼쪽부터)-넥센 대니돈-삼성 발디리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삼성
[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한국프로야구의 극심한 타고투저 현상은 올해 절정을 향해가고 있다. 규정 타석을 채운 3할 타자만 21일 현재 무려 36명에 달한다. 3할만 쳐도 우수한 타자로 평가 받았는데 53명의 규정 타석 타자 평균 타율은 0.312에 달한다. 또 리그 타율(0.290)은 역대급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14년의 0.289를 뛰어 넘었다. 100타점을 달성한 타자 역시 올해 벌써 9명으로 2014년 당시 7명을 넘겼다.
반대로 투수들은 맥을 못 추고 있다. 2점대 평균자책점(ERA)을 기록 중인 선수는 더스틴 니퍼트(2.92ㆍ두산)가 유일하다. 리그 평균 ERA는 5.20으로 2014년의 5.21과 비슷하다. 특히 대부분 팀들의 불안한 뒷문이 문제다. 야구의 묘미는 역전승이라고 하지만 마지막에 뒤집히는 경우가 너무 잦다. 올해 블론세이브는 151개로 역대 최다다.
타고투저를 완화하기 위해 '스트라이크 존을 넓히자', '마운드 높이를 올리자' 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선수 선발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 동안 팀마다 2명을 보유할 수 있었던 기존 규정에서 2014년부터 외국인 타자를 각 팀에 반드시 1명씩 쓰도록 하며 보유 인원을 3명으로 늘렸다. 공교롭게도 타고투저는 외국인 타자가 들어온 그 해부터 심해졌다.
그러나 이제 토종 타자들의 기량은 향상됐다. 반면 투수들은 새 얼굴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실력도 제자리 걸음이다. 실제 몇몇 구단들은 외국인 타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100만달러에 가까운 비싼 돈을 주며 쓸 바에는 국내 선수들을 쓰는 것이 비용적인 면에서나 팀의 장기적인 방향을 볼 때나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또한 외국인 타자가 아닌 외국인 투수로 3명을 쓸 수 있게 하되 1명은 불펜 요원으로 기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A감독은 "선수층이 얇은 프로야구 현실상 외국인 쿼터를 줄이는 것은 안 된다"며 "다만 3명을 다른 포지션으로 선발해야 하는 현행 규정 대신 포지션과 관계없이 팀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선발 투수 3명을 쓰면 포스트시즌에 외국인이 매번 선발로 나가는 '용병 잔치'가 될 수 있으니까 1명은 불펜 투수로 쓰면 어떨까 싶다. 요즘 야구가 매번 뒤집어지니 보는 팬들도 짜증날 것"이라고 말했다.
투수의 보직을 규정으로 정해놓고 뽑는다는 것은 분명 야구의 이치에 맞지 않다. 또 규정을 악용해 선발 투수를 일찍 내리고 외국인 불펜 투수를 위장 선발처럼 길게 던지도록 하는 사례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해 A감독은 "장치를 마련해놔야 한다"고 했다. 일례로 불펜 투수를 6회부터 투입할 수 있게 하거나, 일정 투구 수를 넘기면 선발 등판한 것으로 간주해 강제 휴식을 주는 방식이다.
용병 제도를 바꾸는 것이 타고투저 현상을 해결하는 명확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다른 하나의 해답이 될 수도 있다.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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