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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하면 부자’는 옛말…지난해 219곳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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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하면 부자’는 옛말…지난해 219곳 폐업

입력
2016.09.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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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주유소 폐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영업과 휴업을 반복하는 사실상 빈사 상태의 주유소도 1,0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2일 한국주유소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1만2,717개였던 등록 주유소 수는 올해 7월 1만2,633개로 감소했다. 반년 남짓 사이에 84곳이 문을 닫았다.

‘주유소 하는 사람은 부자’라는 말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청주에서 주유소 2곳을 운영하던 일가족 4명이 주유소 경영난에 잇단 투자 실패 등으로 빚더미에 오르자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주유소는 2010년까지 계속 증가했다. 1995년 주유소 간 거리 제한이 완전히 사라진 영향이 컸다. 하지만 2010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1만3,349곳이었던 전국의 등록 주유소는 2011년 1만3,282곳, 2012년 1만3,198곳, 2013년 1만3,96곳, 2014년 1만2,936곳, 2015년 1만2,717곳으로 줄었다. 감소 폭도 점점 커지고 있다. 이 기간 해마다 감소한 주유소 수는 67곳, 84곳, 102곳, 160곳, 219곳이었다.

주유소 경영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 경쟁이다. 주유소 업계 안팎에서는 전국의 적정 주유소 수를 8,000개 정도로 보고 있다. 지금도 4,000개 이상이 공급 과잉 상태란 얘기다. 여기에 알뜰주유소 도입, 가격 경쟁 유도 정책, 스마트폰으로 주유소별 휘발유·경유 가격을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정보 인프라 등도 주유소 간 경쟁을 격화시켰다.

휘발유나 경유는 가격을 제외하면 제품의 품질이나 서비스 등에서 크게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점도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그래서 소비자 입장에선 10원이라도 더 싼 주유소를 찾게 된다.

문제는 경영 상황이 나빠져도 쉽게 손 털고 나올 수 없다는 점이다. 주유소는 큰 기름 탱크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주유소를 접을 때는 토양 오염을 정화해야 한다. 여기에 시설 철거비까지 합치면 주유소 한 곳당 폐업 비용이 평균 1억5,000만원가량 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영업과 휴업을 반복하는 주유소도 1,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주유소협회는 파악하고 있다. 더구나 폐업 신고만 못했을 뿐 사실상 문을 닫은 ‘유령 주유소’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제대로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여곳 정도인 셈이다.

주유소 업계는 경영이 어려워지면 가짜 석유 유통 유혹에 넘어가기 쉽기 때문에 주유소 폐업 때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산업부는 경영 악화에 따른 폐업은 시장 영역의 문제라며 난색을 표한다. 특히 토지를 가진 주유소는 그 토지를 매각하거나 임대하면 폐업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유소 사업자들이 공제조합을 설립해 이런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마련해뒀다는 설명이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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