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역대 최다 기록 불명예
재정 최악… 선수단 월급 밀리고
평균 관중 392명 흥행도 바닥
“초대 사령탑이 현 대표이사
회전문 인사 없애야 정상화”
리그 퇴출론까지… 망신살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 ‘불량감자’란 오명을 쓴 팀이 있다.
K리그 챌린지(2부 리그)의 고양 자이크로FC다.
고양은 19일 대구FC 원정에서 0-1로 져, 프로축구 역대 최다 연속 무승(24경기 8무16패)이라는 불명예스런 기록을 세웠다. 지난 5월 8일부터 이긴 적이 없다. 기존 기록은 2008년 광주 상무의 23경기 5무18패였다. 고양은 올 시즌 1승10무21패로 꼴찌다. 올해 평균 관중은 392명으로 2014년(584명)과 2015년(688명)에 이어 여전히 최하위다. 고양 홈경기를 지켜 본 사람들은 “실업축구는 커녕 대학축구(실력)만도 못하다”고 혀를 찬다.
가장 큰 문제는 열악한 재정이다. 지자체 지원금도 적고 탄탄한 스폰서도 없다. 선재현 고양FC 사무국장은 “고양시로부터 1년에 4억5,000만 원 정도 지원을 받는데 유소년 분야만 쓸 수 있는 돈이다. 구단의 1년 총 예산은 20억대 중반 정도다”고 설명했다. 작년 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구단별 연봉 실지급액을 보면 고양은 약 9억5,000만 원을 썼다. 등록선수가 28명이니 1인당 평균 연봉(수당 포함)이 약 3,400만 원이다. 클래식 12팀, 챌린지 9팀(군경팀인 상무와 경찰축구단 제외) 중 유일하게 선수 인건비가 10억원 이하다. 아무리 2부 리그라고 하지만 프로구단을 운영하기에는 한참 부족한 액수다. 여자축구 실업리그인 WK리그의 중상위권 팀도 1년에 30억원 이상 쓴다. 최근에는 선수단 월급까지 밀렸다. 선 국장은 “임금 일부가 한두 달 지급이 늦어졌다. 빨리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고 해명했다. 연맹 규정에 따르면 임금 체불이 지속되면 ▲하부리그 강등 ▲6개월 이하 자격 정지 ▲승점 감점 ▲1,000만 원 이상 제재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고양은 2부 리그라 강등될 리그도 없고 지금 꼴찌라 승점 감점도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더욱 심각한 건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성적이 안 좋을 수 있고 재정이 어려울 수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미래를 위한 토대를 닦는 과정이라면 다행이다. 하지만 축구 관계자들은 고양이 프로팀을 운영할 의지는 있는 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프로연맹이 매 시즌 구단의 재정 상태와 운영 계획을 받아보는데 고양 보고서를 볼 때마다 한숨만 쉰다는 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정인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쏠린 것도 문제다.
고양은 2013년 챌린지 리그로 뛰어들 때 구단 전신격인 실업팀 안산할렐루야(1999~2005), 안산HFC(2009~2012) 시절부터 감독을 해온 이영무 씨가 초대 사령탑을 맡았다. 2014년 중반 문화체육관광부 신고센터에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잘 알려진 이 감독이 ‘조직을 사유화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제보가 접수됐고 조사가 시작되면서 지휘봉을 내려놨다. 하지만 기술위원장으로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했다. 2015년 구단은 조사 결과 모두 무혐의로 밝혀졌다며 다시 그를 감독으로 컴백시켰다. 올해는 이영무 감독이 대표이사가 됐고 서른 네 살의 이낙영 감독이 팀을 지휘하고 있다. 한 사람이 초대감독-기술위원장-감독-대표이사를 돌아가며 맡는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다. 선 국장은 “이영무 대표만큼 축구계 전반에 넓은 인맥과 영향력을 가진 분이 구단에 또 있겠느냐”며 “그 전에 문제가 됐던 종교 자유의 침해 등은 최근 전혀 발생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고양은 이영무 한 사람을 위한 팀이나 다름없다. 그가 물러나는 것이 구단 정상화의 시작이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부에서는 고양의 리그 퇴출까지 거론하고 있다. “퇴출을 말하기 전에 고양이 알아서 리그에서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들린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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