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롭 더 빗!”(Drop the beat)
요즘 엠넷에서 방송 중인 여성 래퍼 경연 프로그램 ‘언프리티 랩스타3’의 진행자 양동근은 여성 래퍼들이 공연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이렇게 외친다. 거칠게 해석하면 “비트를 던져줘”란 뜻인 이 말은 ‘랩의 반주’ 격인 비트를 틀어 달라는 주문이다. 비트를 선택해 들려주는 사람은 디제이(DJ), 비트를 만드는 사람은 비트메이커(beat marker)라고 부른다.
이 정도는 힙합 용어 가운데 기초에 속한다. 이조차도 모르면 ‘아재’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힙합 용어는 힙합 자체가 미국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어 거의 모두 영어다. 힙합씬을 넘어 일상으로까지 쓰임새가 확대되고 있는 주요 용어들을 정리해 봤다.

스웩(swag)
‘스웨그’라고도 발음하는 스웩은 잘난 척을 하거나 으스댈 때 혹은 자유분방한 말이나 행동을 일컬어 사용하는 말이다. 우리말 중에서 그 뜻이 가장 비슷한 것은 ‘허세’다. 요즘에는 자신이 즐기는 음악, 나아가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의미로도 광범위하게 쓰인다. ‘빅뱅’의 노래 ‘크레용’ 중간에 등장하는 “스웩, 스웩”을 방송인 박명수가 “수액~ 수액~”이라고 따라 부르면서 친근해졌다.
라임(rhyme)
랩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가사를 만들 때 각운 또는 두운을 맞춰 랩에 운율을 더하는 기술이다. ‘너와 나의 연결 고리/그건 우리 안의 소리’(일리네어레코즈 ‘연결고리’ 중)나 ‘잡혀서 동네 목욕탕에 갔었어/아빠의 때수건은 정말 아팠어’(슈퍼비 ‘냉탕에 상어’ 중) 등이 대표적인 예다.
플로우(flow)
래퍼 특유의 목소리, 속도, 발음이나 비트의 강약, 음의 높낮이 등을 이용해 곡에 리듬감과 개성을 부여하는 것을 통칭한다. ‘곡의 흐름’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래퍼 ‘아웃사이더’는 정확한 발음으로 아주 빠르게 가사를 읊는 것이 장기인데, 흔히 그를 가리켜 “속사포 플로우를 구사한다”고 말한다.
펀치라인(punch line)
언어 유희. 어떤 말이 다양한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점을 이용한다. ‘난 죽집처럼 죽을 용기로 살아’(블랙넛 ‘내가 할 수 있는 건’ 중), ‘여기 있는 래퍼들 다 내겐 유부남/그래서 아무도 절대로 날 부인할 수 없지’(졸리브이) 등이 있다.
디스 vs 리스펙
디스는 ‘무례’를 뜻하는 ‘디스리스펙트’(disrespect)의 줄임 말로 상대방을 공개적으로 언어 공격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 자신을 디스하는 건 ‘셀프디스’라고 하며, 래퍼끼리 디스와 디스로 맞붙는 건 ‘디스전’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리스펙은 ‘존경하다’는 뜻의 ‘리스펙트(respect)’에서 ‘t’를 떼어낸 말로 상대에게 경의를 표할 때 쓴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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