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설계자’로 파워 막강
은행에 입김… 수억대 금품 챙겨
檢, 뇌물수수 혐의 등 영장 청구
강만수(71)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이 이명박(MB)정부 초기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내던 시절에도 고교 동창이 운영하는 한성기업의 대출 편의를 위해 시중 은행에 입김을 불어넣은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다. 그러면서 강 전 회장은 수억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21일 강 전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및 배임, 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회장은 기재부 장관(2008년 2월~2009년 2월)과 산은 회장(2011년 3월~2013년 4월) 시절은 물론, 그 이후에도 한성기업이 유리한 조건으로 은행 대출을 받게 해 주고, 그 대가로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한성기업의 임우근(68) 회장은 강 전 회장의 경남고 동창으로 학창 시절부터 절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회장은 2000년대 초반 공직에 있지 않을 때와 산은 회장 퇴임 이후 한성기업 경영고문을 지냈는데, 검찰은 이를 ‘돈을 건네기 위한 구실’이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강 전 회장이 MB정부 출범 이후 한성기업의 대출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했다. ‘MB노믹스의 설계자’로 알려진 그는 MB정부의 최고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당시 강 전 회장의 한 마디면 은행 입장에선 어려운 대출도 성사됐을 정도로 그의 파워는 막강했다”고 귀띔했다. 그가 기재부 장관에 임명된 2008년 한 해 동안 시중은행들에서 한성기업이 신규 대출받은 액수(단기ㆍ장기차입금)는 총 167억원에 달한다. 특히 강 전 회장이 산은 회장으로 부임한 2011년 한성기업은 산은에서 다른 은행보다 낮은 이자율로 총 240여억원(관계사 포함)을 대출받았고, 이 중 수십억원은 신용등급 조작과 부실한 대출심사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강 전 회장이 산은 회장이었던 시기에 받은 금품에 대해선 뇌물수수 혐의가, 그 밖의 시기 금품에는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강 전 행장은 이와 별개로, 산은 회장 시절 남상태(66ㆍ구속기소) 당시 대우조선 사장에게 압력을 넣어 측근 김모(46ㆍ구속기소)씨의 바이오업체 B사에 44억원을 연구개발비로 부당 지원토록 한 혐의(배임)도 받고 있다. 또, 종친이 운영하는 건설사에 대우조선해양건설이 50억원 상당의 일감을 제공토록 한 것과 관련,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포함됐다. 그의 구속 여부는 23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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