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증식로 ‘몬주’ 폐로 앞두고 플루토늄 보유 명분 확보
일본 정부가 폐로(廢爐) 가능성이 큰 고속증식로 ‘몬주'를 대신할 고속로를 프랑스와 공동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플루토늄 보유를 계속 정당화하기 위한 대체수단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2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원자력관계 각료회의를 열고 그동안 1조엔(10조9,3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몬주에 대해 폐로를 포함해 연말까지 최종결론을 내기로 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일본 정부측이 프랑스가 2030년 가동을 목표로 계획중인 고속로 ‘아스트리드(ASTRID)’의 연구ㆍ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일련의 과정은 일본이 보유한 고속로 몬주가 안전성 문제로 사실상 폐로될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프랑스 공동개발 카드를 통해 일본이 고속로 연구란 대외적 명분으로 사용후핵연료를 계속 보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후핵연료 보유는 ‘잠재적 핵보유국’지위를 유지하려는 목적과 관련이 크다는 평가다. 일본은 지금까지 사용후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꺼내 다시 이용하는 ‘핵연료 주기(사이클)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를 위해 폐연료봉 재처리공장을 비롯한 채광, 정제, 사용, 처분 등 모든 주기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이바라키(茨城)현 오아라이마치(大洗町)에 있는 실험로 ‘조요’(常陽)와 후쿠이(福井)현 쓰루가(敦賀)시에 설치한 원형로 몬주를 이용해 고속로 실용화 연구를 해왔다.
고속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해 얻은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사용한다. 핵무기 보유국이 아닌 일본이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갖고 있는 명분이 되는 것이다. 일본은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 만든 플루토늄을 약 48톤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는 핵무기 약 6,000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핵무기를 언제든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국가로 분류된다.
일본 정부는 1994년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원자로인 몬주를 완성했다. 그러나 1995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시험가동때 사고를 일으켜 지금껏 1kWh의 전력도 생산하지 못했다. 급기야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폐로를 포함한 근본대책 마련을 거론해왔다.
몬주가 폐로되면 일본의 핵연료 주기 정책도 폐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플루토늄 보유의 이유도 사라진다. 하지만 일본이 아스트리드 연구에 참여하면 잠재적 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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