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알레포로 향하던 유엔의 구호물자 수송대를 겨냥해 벌어진 공습의 책임이 전적으로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시리아 정부와 반군의 내전을 둘러싼 미ㆍ러 갈등이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벤 로즈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20일 “시리아 반군은 공군력이 없기 때문에 시리아 정부 혹은 러시아가 공습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휴전협정 하에 시리아의 공습을 제한하는 책무는 러시아에게 있는 만큼 누가 공습을 했더라도 러시아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19일 시리아 제2 도시 알레포 서쪽 근교 마을 우룸알쿠브라에서 구호트럭 18대가 미확인 군용기의 폭격으로 파괴됐으며 시리아적신월사 자원봉사자 등 20여명이 숨졌다.
로즈 부보좌관의 발표에 앞서 미국 주요 언론들은 미국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실제 공습에 나섰다며 책임을 따져 물었다. CNN은 “미국은 러시아 전투기가 해당 구호차량들을 폭격했다는 예비 결론을 이미 내렸다”고 전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도 “미국 당국은 공습이 일어나기 수분 전 러시아 공군 수호이-24기가 수송대 위를 지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공습 책임 주장에 곧바로 반발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20일 유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정부는 뒷받침할 증거도 없이 무모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이번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무인정찰기 촬영화면에 따르면 군용기가 아닌 수송대를 뒤쫒던 테러집단에 의한 공격이었다”고 맞섰다.
사실상 미러 양강의 대리전으로 진행 중인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양측이 군사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에 앞서 17일에는 미국이 시리아 정부군을 폭격, 60명 이상이 사망하자 러시아 정부가 진상규명과 오폭 규탄을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거세게 비난했다. 시리아 휴전을 위해 손을 맞잡아야 하는 양국의 갈등이 깊어지자 이날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휴전을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 관계가 깨어질 수 없다”며 급히 진화에 나섰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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