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프라이부르크시 수원시에 서한… “日 반대로 어렵다”
경기 수원시가 국제자매도시인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와 추진해온 유럽 내 첫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일본 측의 거센 반대로 무산됐다.
수원시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시가 일본 측의 반대로 소녀상 설치가 어렵게 됐다는 공식 서한문을 21일 오전 보내왔다고 밝혔다.
프라이부르크시의 서한문은 일본의 조직적인 방해와 압박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주 독일 일본대사와 프랑크푸르트 일본총영사가 프라이부르크시를 방문, 소녀상 건립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는 것이다. 프라이부르크시와 27년 자매결연도시인 일본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시는 소녀상을 세우면 단교하겠다는 뜻도 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터 잘로먼(Dietor Salomon) 프라이부르크 시장 역시 지난 19일 염태영 수원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염 시장에게 “소녀상 건립 보도가 나간 뒤 일본인과 일본 정부로부터 설립을 중단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았다”고 말했다는 전언이다.
수원시는 프라이부르크시의 이번 결정에 유감의사 등을 공식 전달할 계획이다. 프라이부르크시와 자매결연을 한 일본 마쓰야마시에도 항의서한을 보내기로 했다.
프라이부르크 소녀상 건립은 지방도시 간 합의에 따라 시작된 것으로, 지난 5월 염 시장의 건립 제안을 잘로먼 시장이 받아들여 시동이 걸렸다. 염 시장이 지난 5일 월례조회에서 공식 발표, 수원시내 75개 기관ㆍ단체는 위원회를 결성해 모금활동을 벌여왔다.
해외 소녀상 설립이 일본의 방해로 무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화성시는 지난 2014년 10월 자매도시인 캐나다 버나비시에 소녀상 건립을 추진했으나 현지 일본인들의 반발로 중단한 상태다. 같은 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쪽 한인 밀집지인 풀러턴시에 소녀상을 설립하려던 한인사회도 일본의 방해공작으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염 시장은 “유럽 내 최초로 소녀상이 건립되면 유럽 다른 지역 확산을 막을 명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일본이 집요하게 반대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과는커녕 과거를 부정하고 왜곡, 은폐하기에 급급한 일본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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