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 시기가 임박하면서 중국ㆍ러시아 대 미국 간 대결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의 합의로 정해지는 만큼 자국의 이해관계에 맞는 후보가 최종 선출되도록 하려는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중국과 러시아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불가리아 출신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보코바가 동유럽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중국은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지내며 자국 지도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전력을 강조하면서 그가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후 자국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SCMP는 “역대 유엔 사무총장이 모두 남성이었던 탓에 여성후보 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여성 중 인기가 높은 보코바가 유력한 차기 총장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보코바가 러시아 국립국제관계대학과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각각 수학한 사실을 들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미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적절히 조정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긍정론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젊은 시절 공산주의에 심취했던 보코바가 소련 공산당에서 활동했던 사실을 걸고넘어지며 그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코바가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뒤 친(親) 러시아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우려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대신 지정학적 영향력을 고려해 역시 여성인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부 장관을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최근 전했다. 영국과 프랑스가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는 공개된 적이 없으나 러시아와 중국이 지지하는 보코바에 대해서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보리는 의견 수렴을 거쳐 가장 많은 지지를 얻는 후보 1명을 지명해 10월 초 유엔총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최종 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5개 상임이사국의 의견 일치가 가장 중요하다”며 “중국과 러시아, 미국이 기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제3의 인물이 선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안보리의 지명을 받은 후보는 총회의 인준 절차를 거쳐 내년 1월부터 5년 간의 사무총장 임기를 시작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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