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A양은 충남 홍성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고교생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A양에게 게임을 빙자해 술을 먹였고, A양이 정신을 잃자 잔인하게 유린했다. 가해 학생 가운데 일부는 며칠 뒤 A양을 또다시 불러내 술을 먹인 뒤 같은 방법으로 성폭행했다. 결국 가해 학생들은 모두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충격을 받은 A양은 아직까지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강원도 횡성의 한 아파트에서 B양이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B양이 1년 선배인 남학생과 그 친구 등 3명에게 성폭행 당한 사실을 확인하고, 집단 성폭행 여부 등을 수사 중이다. 가해 학생들은 음식점에서 B양과 함께 저녁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인적이 드문 농로에서 성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고법은 같은 달 지적장애 여고생 C양을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버스기사 3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또 다른 가해자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들은 2012년 정신지체 3급 장애가 있는 C양을 수 차례 성폭행했고, 이로 인해 C양은 임신을 해 아이를 출산하기까지 했다.
아산의 한 태권도장 관장은 지난해 8월 수련회를 갔다가 자신이 가르치는 여중생을 성폭행했다. 관장은 2013년부터 태권도장을 다니던 또 다른 여중생을 성추행하거나 성폭행하기도 했다. 재판대에 오른 관장은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 받아 항소했다가 도리어 5년이 늘어난 징역 13년을 선고 받았다.
대전ㆍ충청지역 초ㆍ중ㆍ고에 재학중인 성폭행 피해 학생이 폭증하고 있다. 성폭행 피해 대상 연령이 그만큼 낮아지는 것으로 볼 수 있어 관련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성남 분당을)이 17개 시ㆍ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성폭력 사안 자치위원회 심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전과 충남북, 세종, 강원 등 5개 시ㆍ도의 성폭행 피해 학생수가 최근 4년 새 모두 늘었다.
세종의 경우 출범 첫 해인 2012년 피해 학생이 아예 없었지만 지난해 말 기준 11명으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피해학생 수가 2013년 3명, 2014년 2명에서 갑자기 두 자리수로 크게 널뛰었다. 게다가 피해 학생 가운데 초등학생이 절반에 가까운 6명이나 됐다.
나머지 3개 시ㆍ도의 성폭행 피해 학생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강원은 24명에서 지난해 말 기준 90명으로 3.75배, 충북은 13명에서 46명으로 3.5배 증가했으며, 충남은 45명에서 97명으로 배 이상 늘었다. 대전도 56명이던 피해 학생이 지난해 말 61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성폭행 가해자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오빠’는 물론, 의붓아버지와 친아버지, 지도자, 버스기사 등 주변 사람들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김병욱 의원은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만큼 초등학교부터 예방을 위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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