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고소 합의금 등 25만弗”
트럼프 캠프 “사실 왜곡” 일축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개인 소송을 해결하는데 자신이 만든 자선재단의 기금 25만8,000달러(약 2억8,800만원)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번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는 2006년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개장한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 클럽’에 지역 규정보다 높은 성조기 깃대를 세웠다. 지역 당국은 다음해 트럼프에게 12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고, 양 측은 합의 끝에 트럼프가 참전용사를 위한 자선재단에 10만 달러를 기부하는 대신 벌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트럼프 재단 명의의 수표를 자선재단에 보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는 2008년까지 트럼프 재단에 280만달러를 기부했지만 이후 자금 출연을 끊어 재단은 대부분 다른 기부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까지도 재단의 돈을 쌈짓돈처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0년 트럼프 골프 클럽에서 개최한 자선 골프대회에서 홀인원 상금 100만달러를 지급하지 않아 고소당한 트럼프는 합의금 15만8,000달러 역시 트럼프 재단에서 빼 내 썼다. 두 경우만 해도 트럼프 재단의 기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규모가 25만8,000달러에 달한다. 트럼프는 또 2013년 그의 호텔 체인을 광고하는 데 5,000달러의 재단 돈을 사용했고, 다음해에는 한 자선행사에서 자신의 초상화를 구입하는 데 1만달러의 재단 돈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에서는 자선재단 대표가 재단 돈을 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내부거래 금지 규정’ (self-dealing rule)을 두고 있어 트럼프가 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단체에 자문을 하는 로즈메리 페이 변호사는 “트럼프는 명백히 재단 기금을 합의금으로 사용해 내부거래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캠프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부적절하게 재단 돈을 사용한 적 없다”며 “사실 왜곡은 WP의 전형적 보도 방식”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뉴욕주 검찰이 트럼프 재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트럼프가 재단 자금을 유용한 정황이 드러나면 대선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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