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곳’만 강조… 대체 어디? 홍보 필요성 제기
들쑥날쑥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내진설계 뒤따라야
경주 지진 이후 21일까지 여진이 계속되자 부산에서도 진동을 느끼거나 지진 소식을 접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가중되면서 지진 대피시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예측이 불가능하고 발생과 동시에 피해가 발생하는 지진의 특성상 ‘지진대피소’는 따로 없는 실정. 이로 인해 지진 공포를 느낀 시민들이 1차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넓은 공터나 인근 내진설계가 뛰어난 건물에 대한 홍보가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산의 지진 관련 대피시설로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지진)’과 ‘지진해일 긴급대피소’가 있다. 이미 지진피해를 입었거나 예측 가능한 지진해일 피난시설이다.
21일 부산시 재난대응과에 따르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은 부산 16개 구ㆍ군에 총 217곳(수용인원 14만여명)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부산진구가 49곳으로 가장 많고, 중구는 단 1곳에 그쳤다.
시설별로는 전체 89%(193개소) 가량이 학교였고, 이어 운동장(학교운동장 포함) 16곳, 관공서 등 기타 7곳, 공원 1곳 등이었다.
여진에 대비해 내진설계가 필수지만 전혀 안된 곳도 있다. 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민 임시주거시설 부산진구 49곳 중 36곳, 서구 10곳 중 7곳, 영도구 11곳 중 3곳이 내진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이재민 임시주거시설은 대부분 학교 건물로 지정돼 있는데 내진설계가 됐다면 어느 정도 규모에 견딜 수 있는지, 내진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건물은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여진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진해일 긴급대피소는 동해 먼바다 지진으로 인한 해일에 대비, 해안가 고지대를 중심으로 지정됐고 부산에는 7개 구ㆍ군, 42곳(수용인원 24만여명)이 마련돼 있다.
이에 따라 임시주거시설 대피에 앞서 도심에서 1차적으로 대피할 수 있는 공간을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경북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4.5 여진에 아파트 밖으로 나왔었다는 김모(38ㆍ여ㆍ동래구)씨는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높은 건물뿐이라 공터가 나올 때까지 무작정 걸었다”며 “오래된 아파트라 내진설계가 안 돼 있는데, 안전한 곳에 있으라는 말만 할 뿐 어디로 가라는 이야기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지진 피해는 화재와 건물 잔해에 맞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넓은 공터나 내진설계가 잘된 건물을 시민들이 알아야 하고 이에 대한 관할 구청의 홍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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