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훙샹(鴻祥)그룹이 북한 핵 프로그램 지원 의혹에 따라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으면서 지역경제에서 북중 경협의 비중이 큰 동북 3성 전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단둥 지역 무역회사 대표들이 추가로 체포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 당국은 대북제재의 ‘구멍’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감안해 엄정대처할 가능성이 높지만 북중교역 자체가 와해되지는 않도록 상황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1일 베이징과 북중 접경지역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에 핵 프로그램 개발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훙샹그룹은 사실상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소식통은 “현재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는 사실상 그룹 내 지주회사여서 이 회사가 무너지면 연쇄파산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북중 합작형태이거나 대북 밀수출 의혹 연루설이 나돌고 있어 훙샹그룹의 재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현지 분위기는 크게 얼어붙었다. 다른 소식통은 “대북 무역은 훙샹그룹을 비롯한 중견기업 4~5곳이 거의 독점한 상태에서 중소규모 무역회사들이 하청을 받아 일하고 있다”면서 “몇몇 기업들이 조사받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터라 크게 술렁이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훙샹그룹 외에 7~8개 무역회사 대표들이 대북 불법거래 혐의로 조사받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 “훙샹그룹 조사 과정에서 하청을 받기 위해 뇌물을 주거나 불법거래에 협조한 중소규모 회사 대표들이 조사받는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어쨌든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어수선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북중 무역의 한 축으로 알려진 훙샹그룹을 향해 공안당국이 칼을 빼 들면서 당분간 북중교역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북중교역의 창구로 통하는 단둥(丹東)시가 속한 랴오닝(遼寧)성을 비롯해 지린(吉林)ㆍ헤이룽장(黑龍江)성 등 동북3성의 지역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한 대북 무역상은 “여름께부터 물동량이 조금씩 회복되는 상황이었는데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불안불안하더니 결국 터질 게 터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외교소식통은 접경지역의 어수선한 상황과 관련, “중국 정부가 훙샹그룹 사건의 후과를 몰라서가 아니라 외교적 차원에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비켜가고 미국에 빌미를 주지 않는 걸 우선순위로 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왕 혐의가 확인된 훙샹그룹에 대해 엄정 대처함으로써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한다는 시그널을 보내는 동시에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추가 대북제재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을 발휘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꺼내들 여지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신 중국은 그렇잖아도 낙후된 동북 3성의 지역경제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소식통은 “중국 체제의 성격으로 볼 때 당국이 문제 기업들의 현황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역경제에 미칠 여파와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모두 감안해 문제 기업들에 대한 제재의 수위와 범위를 조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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