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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사회 거울로 들여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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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그러진 사회 거울로 들여다보다

입력
2016.09.2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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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백의 '낯선산책'(2016). 작가는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거울이 주는 일렁임을 통해 관람객이 정상인 듯 보이나 실은 비정상인 현대사회에 대해 고민하길 바랐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이용백의 '낯선산책'(2016). 작가는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거울이 주는 일렁임을 통해 관람객이 정상인 듯 보이나 실은 비정상인 현대사회에 대해 고민하길 바랐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대나무 화분이 사방으로 설치된 거울 안쪽으로 놓여 있고 이내 가로ㆍ세로 2m의 대형거울이 기계음과 함께 상하좌우로 흔들린다. 푸르름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에 채 빠지기도 전 거울을 통해 바라본 세계의 일렁임에 메스꺼움이 몰려온다. 어느 방향으로 몸을 틀어도 마찬가지다. “50년 인생 중 최근 몇 년이 가장 이상하다”는 이용백(50) 작가의 신작 ‘낯선 산책’(2016)이다. 그는 평범하게만 보였던 사회와 삶이 사실 거울 속 뒤틀린 세상만큼이나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54회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개관 사상 처음으로 전체 작품이 매진돼 예술성과 상업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화제를 모았던 이용백 작가가 5년 만에 갖는 국내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그는 각종 매체들을 통해 접하는 수많은 사건사고, 자신이 보고 경험한 사회의 이중성 그리고 여기서 느낀 감정들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낯선 산책’을 포함해 베니스비엔날레 이후 고민을 담은 4점의 설치 작품과 3편의 영상 작업을 선보인다.

작가의 눈에 한국사회는 “비상식이 상식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세월호 비극이 일어나고, 집회 도중 시민이 공권력에 의해 다치고,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청년이 오히려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기괴한’ 일들이 일상처럼 일어난다. “도저히 정상으로 보기 힘든 사회”지만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여기서 느낀 괴리감을 거울 속을 걷는 관람객도 느끼길 바랐다”는 설명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2016). 학고재갤러리 제공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2016). 학고재갤러리 제공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2016)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속 시원히 말하지 않는, 혹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비밀인 남북분단 상황을 다룬다. 국내 유명 포털 지도에서 하얗게 공백 처리된 38선 철책 부분을 확대해 만든 이 작품은, 아주 단순한 방법으로 표현된 지도 위 공백을 보여줌으로써 남북 사이의 거리까지 새삼 실감하게 한다.

“새로운 시도가 없다면 작품 활동의 의미가 없다”는 그는 주제의식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매체라면 조각과 회화, 미디어아트를 넘나들며 실험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최근에는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엔젤 솔저’를 비롯해 그간 선보인 자신의 여러 작품의 모티프를 활용한 조형물 제작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를 후원한 동화그룹 서울 여의도 사옥 1층에 있는 동화 로고 형태의 조형물이 대표적이다. 작가는 작품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한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용백 작가가 자신의 작품 '지루하고 흔해 빠진 소재를 작업하는 이유'(2015) 앞에 서 있다. 그는 "평화를 상징하는 '날개'를 소재로한 작품이 많은 건 세상이 평화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이용백 작가가 자신의 작품 '지루하고 흔해 빠진 소재를 작업하는 이유'(2015) 앞에 서 있다. 그는 "평화를 상징하는 '날개'를 소재로한 작품이 많은 건 세상이 평화롭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학고재갤러리 제공
이용백 작가가 제작한 동화그룹 로고 조형물.
이용백 작가가 제작한 동화그룹 로고 조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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