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전자랜드 주장 정영삼(32)은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을 응원하는 가족을 위해서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다.
정영삼은 지난 시즌 40경기 출전에 그쳤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무릎까지 다치면서 힘겨운 시즌을 보내야 했다. 그 사이 팀도 10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번 시즌에는 ‘반전’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 이유다. 정영삼은 “우리 팀은 항상 손발을 맞춰왔던 선수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걱정을 모두 지울 수 있도록 더 철저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며 새 시즌을 앞둔 기분을 전했다. 몸 상태는 어느 때보다 좋다. 그는 “올해는 허리가 안 아프다. 훈련도 일찍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정영삼은 올해 주장의 무게까지 짊어졌다. 알게 모르게 신경 쓸 일이 많은 주장 자리는 아직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는 “힘들더라. 나보다 농구할 날이 많은 어린 선수들이 더 잘 할 수 있게끔 이끌어 주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될 때 속상하다. 내가 ‘주장으로 잘 하고 있는 건가, 잘 이끌고 있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며 고민을 드러냈다.
개인 성적도 물론 잘 나와야 한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은 은연 중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그는 “주장이면 (경기 중) 중요한 상황에서 해결도 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슛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부담감이 있는 것 같다. 팀원들을 위해 왜 더 잘 해주지 못할까 생각도 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자신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인 딸 채연(8)양과 아들 찬윤(6)군을 생각하면 힘이 솟는다. 아들은 가장 날카로운 평가자이기도 하다. 정영삼은 “지난 시즌에 팀 성적도 안 좋고, 개인적으로도 못하니까 아들이 ‘아빠는 매일 다친다. 오늘도 한 골도 못 넣었지?’라면서 놀리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큰 딸은 아빠의 마음에 힘이 되는 말을 더 많이 해준다. 정영삼은 “딸은 ‘다음에 이기면 된다’고 하더라. 작년에 안 좋았을 때도 딸은 위로를 많이 해줬다”며 웃었다.
아이들 앞에서 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그는 “첫째가 학교에 다니니 친구들도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보지 않나. 아이한테도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 항상 더 잘 하려고 노력한다”며 “우리 팀 젊은 선수들 중에는 좋은 자원이 많다. 이 친구들이 계속 치고 올라오지만 (그들에게) 안 밀리고 경기도 많이 뛰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자신을 지켜보는 아이들과 주장으로 이끌어가는 팀을 모두 웃게 하기 위해서는 역시 그가 이번 시즌을 잘 치러내야 한다. 정영삼은 “때론 엄하게 해야겠지만, 선수들과 친구처럼 편하게 소통을 하고 싶다”며 “결론은 성적일 수밖에 없다. 팀과 개인 성적이 잘 나와야 주장이 팀을 잘 이끈다는 평가를 받지 않겠나”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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