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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신3S 정책’이 필요하다

입력
2016.09.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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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장기독재가 종식되고 1980년 민주화의 봄이 오자 경향 각지의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왔다. 그러나 그 봄은 전두환 신군부세력이 휘두른 총칼에 유린당했고 ‘빛고을’은 민주주의 제단에 희생양이 되었다. 전두환 일당은 피 묻은 손을 씻으려 했지만 그 냄새는 이미 반도를 넘어 세계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는 포르투갈의 악명 높은 독재자 안토니우 살라자르로부터 자신의 태생적 약점을 덮을 이불을 찾았다. 살라자르는 37년간 장기독재하면서 반대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폭력을 가하면서도 3F로 불리는 우민화 정책을 시행했다. 3F는 포르투갈어로 축구, 파티마(가톨릭), 민속춤을 말한다. 스포츠, 종교, 예술을 정치에 끌어들여 국민을 소비, 내세, 오락에 빠지게 해 장기독재를 순탄하게 끌어가려는 술수였다.

전두환은 3F 정책을 응용해 3S 정책을 만들어 우민화 정책을 시도하게 되니, 3S는 스포츠, 섹스, 스크린을 말한다. 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독자들은 모두 기억하겠지만 전두환 정권 치하에서 대학은 학문의 상아탑이기보다는 민주화 투쟁의 기지였다. 전두환 정권은 학생들이 거리에서, 공장에서, 농촌에서 국민들과 만나고 얘기하는 것을 막으려고 수배, 체포, 고문을 일삼았다. 동시에 그들은 민주화운동 세력과 국민의 연대, 곧 민주화운동의 확산을 막으려고 우민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나갔다. 그 첫 시도인 ‘국풍 80’은 광주의 절규를 입막음하려는 졸렬한 처사였다. 이후 프로야구, 프로씨름이 시작되었고 방송 영화 만화 음반 비디오 등 가용한 모든 매체를 동원해 대중의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그들이 군부독재정치에 무신경하게 만들려고 애썼다. 그러나 전두환 정권의 3S 정책은 살라자르만큼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한국인, 한민족은 유희를 즐기면서도 정치와 일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유희의 뒤끝에는 권력자 풍자를 비롯한 정치 뒷담화가 따라온다.

국가권력은 본성상 3S 정책을 선호하고 추진하겠지만 그들 뜻대로 되지는 않는다. 민주화 과정은 물론 그 이후에도 문화예술 분야에서 민주주의, 참여, 생명을 그리는 다양한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그러므로 민주공화국에서 3S 정책은 그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이는 헌법상의 요구만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기후변화, 난민, 테러, 지진, 그리고 핵전쟁 위험과 같은 위험사회의 징후들이 한반도에서도 거의 동시에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3S는 안보(security), 안전(safety), 안정(stability)으로 질적 변환이 일어나야 한다. 이 3S는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위기에 직면한 시대에 모든 국가가 추구해나갈 보편적인 목표로 삼을 만하다.

앞으로 정부의 모든 정책은 이 세 개념을 기준으로 수립하고 평가해야 한다. 가령, 북한의 계속된 핵무장에 더 강력한 제재가 능사인지, 아니면 적절한 제재와 함께 대화가 대안인지도 신 3S로 판단해야 한다. 경주에 대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이 4년 전에 보고되었는데 그것이 비밀에 부쳐지고, 실제 일련의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인근 핵발전소가 정상가동하고 있다는 관료주의적 작태도 감정이 아니라 위 기준으로 판단할 일이다. 성주에 배치한다고 하는 사드 문제도 국민안전, 지역 안정의 눈으로 볼 일이지, 국가안보의 이름으로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안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민주공화국에서 국가안보와 인간 안보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막대하고 통제 불가능한 위험들이 일어나고 있는 시대에 인간안보에 대한 비중이 더 높아져야 한다. 새 3S는 반민주적인 구 3S와 전혀 다르다. 특히 새 3S의 목적과 주체가 대중이고 정책 결정에 참여, 투명성과 같은 거버넌스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이제 정부의 정통성과 능력은 새로운 3S 정책을 잘하느냐에 달려있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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