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에 "퇴임하고 할 일도 없는데…골프나 한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일(현지시간)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북한 문제와 시리아 내전 해결 등을 호소했다. 반 총장은 이어 각국 정상들을 환영하는 오찬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퇴임하면 (할 일도 없는데)골프나 한번 하자”는 농담을 건넬 정도로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회원국 정상회의 개막연설에서 “북한의 핵실험이 지역 및 세계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며 “북한 지도자들이 태도를 바꿔 북한 주민과 국제사회에 대한 책무를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12월을 끝으로 10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반 총장의 마지막 유엔총회 정상회의 개막연설이다.
반 총장은 또 시리아 내전과 관련해 “영향력이 있는 당사자들이 싸움을 멈추고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시리아 정부에 대해서는 “많은 단체가 무고한 민간인을 죽였지만, 시리아 정부만큼 하지는 않았다”면서 “(시리아 정부는) 지금도 통폭탄(TNT폭발물을 다음 드럼통)을 사용하고 수천 명의 수감자를 고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날 일주일간의 시리아 임시휴전이 종료되면서 유엔의 구호차량이 폭격 당한 데 대해서도 “끔찍하고 야만적인 공격”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반 총장은 이날 미얀마와 스리랑카의 빈곤감소,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 간의 정전 합의 등에 의미를 부여하며 재임 10년간의 성과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여성의 권리신장에 기여한 점을 강조하며 “나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어 각국 정상들을 초청한 오찬자리에서 특유의 유머로 친화력을 발휘했다. 그는 특히 자신보다 20일 뒤에 현직에서 물러나는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뭔가 할 일을 찾을 필요가 있다”면서 골프 라운딩을 제안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거의 동시에 현직에서 물러나는 만큼 함께 즐길 거리를 찾아보자는 취지의 농담을 건넨 뒤에도 그는 "하지만 내게 농구 도전은 하지 말아 달라”는 재치있는 말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유지군 개혁,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 등을 나열한 뒤 "반 총장이 탁월한 리더십으로 놀랄만한 여행을 했다"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반 총장을 예우했다. 이날 오찬에는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도 참석했다.
정지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