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칩거 정리하는 고별 강연
지지자 등 800여명 몰려 북새통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2년 간의 전남 강진 칩거를 정리하면서 다산(茶山) 정약용 의 개혁사상을 향후 정치적 화두로 밝혔다. 다산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며 개혁사상을 집대성한 것처럼, 자신 역시 강진에서의 칩거 생활을 발판 삼아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을 추구하겠다는 뜻이다.
손 전 고문은 20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열린 ‘제255회 강진 다산강좌’에서 ‘강진에서 본 강진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2014년 7월 재보선 패배 이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의 백련사 토담집에 머물러온 손 전 고문이 하산(下山)하기 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의미로 나선 것이다.
하지만 현장은 단순한 감사 인사 자리를 넘어 손 전 고문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경기 파주 등 전국에서 모여든 손 전 고문의 지지모임 ‘손사모’ 소속 회원들은 “시대가 손학규를 부른다”고 적힌 현수막 등을 들고 손 전 고문의 대권 도전을 주문했다. 손 전 고문은 “사랑해요 손학규”를 외치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800여명이 가득 찬 행사장에 들어섰다. 강진원 강진군수와 이은방 광주시의회 의장 등 현직 지방자치단체장도 참석했다.
손 전 고문은 60분 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수 차례 다산을 언급하며 ‘국가의 근본적 개혁’이 향후 정치 활동의 모토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나라는 망하고 말 것’이라던 다산의 절박함을 받들고자 한다”며 “강진의 사랑을 받고 산 손학규가, 강진에서 불러 일으킨 다산의 개혁사상으로 나라를 구하는데 저를 던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신만의 개혁 방향에 대해선 “온갖 특권을 누리는 대한민국의 소수 기득권 세력과 총체적 무능에 빠진 정치에 대해 강진에서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제한 뒤 “정권교체는 물론, 기득권 중심의 지배 질서 교체를 위한 근본적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전 고문은 제3지대 구축 등 그를 둘러싼 대선 구도와 관련된 궁금증에 대해 특유의 선문답(禪問答)으로 구체적 입장 표명을 미뤘다. 다만 그는 강연 말미에 “제가 무엇이 되는지 보지 마시고, 제가 무엇을 하는지를 지켜봐 달라”는 말로 향후 독자적인 정치 활동을 시사했다. 손 전 고문은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강진에 조금 더 있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손 전 고문은 강진 생활의 의미를 담은 책을 집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