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전용 불가’ 의견 道에 제출
사실상 시장의 반대 의지 반영
연간 3,000명 고용 효과 외면
주민들 “일자리 창출ㆍ인구유입
선거 공약 ‘헛구호’ 입증한 것”
물류 시스템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전북 익산 왕궁물류단지 조성 사업이 7년째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2010년 익산시와 사업자간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국토교통부 실수요검증을 통과하는 등 사업계획 승인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진행해왔으나 각종 인허가 협의과정에서 익산시가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왕궁물류단지㈜는 민간자본 700억원을 들여 익산시 왕궁면 광암리 일대 48만여㎡ 규모에 물류센터와 전문상가 등 조성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4년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무역투자진흥회의에 건의되면서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시행사는 2010년 전북도에 처음 투자의향서를 제출한 뒤 국토부 실수요검증 통과, 사업계획 승인 신청, 주민 공람공고, 합동설명회, 관계기관 협의 등 절차를 밟았다. 또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 등 50개 항목에 대한 관련기관 협의도 마치고, 경관심의 보완과 농지전용 등 2개 항목에 대한 의결만 남은 상태다. 농지전용은 농림축산식품부나 이 사업 최종 승인권자인 전북도에서 긍정적인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사업 승인에 필요한 행정 절차는 대부분 마무리됐다.
하지만 익산시에서 두 번이나 ‘농지전용 불가’의견을 내는 바람에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확인 결과 익산시는 지난 13일 사업 대상지 내 농지전용이 ‘부적정하다’는 의견서를 전북도에 제출했다. 익산시는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지난 2월에 이어 다시‘불가’입장을 고수하면서 사실상 사업 반대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농지전용 불가 입장과 관련해 “정헌율 시장의 지시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익산시 관계자는 “모든 것(공문)은 시장 직인이 찍어서 나가는 것”이라며 “누가(과장, 국장 등 결재라인) 했냐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라며 사실상 시장의 뜻임을 내비쳤다.
애초 이 사업은 익산시의 요구로 민간사업자와 투자협약이 체결됐다. 당시 익산시는 왕궁물류단지는 호남고속도로, 익산~장수 고속도로와 가깝고 익산역과도 20분 거리에 있어 물류 수송에 유리한 입지로, 단지를 조성하면 연간 3,000명의 고용창출 효과와 5,000억원의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1년도 채 안 돼 일방적으로 협약을 파기한 뒤 사업에 줄곧 비협조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지역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자 역대 시장들이 방해를 하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주민 숙원사업이 익산시에 번번이 가로막히면서 낙후된 지역의 변화를 바라는 주민들의 혼선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업부지 인근 주민들과 원도심 상인들은 사업의 조속한 착공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왕궁면 36개 마을 이장과 부지 내 대지주 문중, 왕궁보석클러스터 입주업체 등은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전북도에 제출할 계획이다.
왕궁면의 한 주민은 “일자리를 늘리고 인구유입을 유도하겠다는 정헌율 시장의 공약이 헛구호에 불과했다”며 “낙후된 농촌지역 발전과 물류도시 성장을 위해 반드시 완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내달 초 익산시와 전북도의 농지전용 의견을 농림부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중앙부처의 승인이 나면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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