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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의 ‘창’과 홍명보의 ‘방패’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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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의 ‘창’과 홍명보의 ‘방패’ 빅뱅

입력
2016.09.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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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47)와 최용수(45).

중국 프로축구 슈퍼리그에서 활동 중인 두 사령탑이 격돌한다. 최용수 감독이 이끄는 장쑤 쑤닝과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항저우 그린타운이 25일 항저우 홈인 황룡 스포츠센터에서 리그 26라운드를 치른다. 지난 6월 최 감독이 장쑤에 부임한 뒤 홍 감독과 맞붙는 건 처음이라 중국 대륙뿐 아니라 국내 팬들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 장쑤 쑤닝 공식홈페이지
최용수 장쑤 쑤닝 감독. 장쑤 쑤닝 공식홈페이지

둘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절친이다.

최 감독은 평소 좋아하면서도 존경하는 선배로 늘 홍 감독을 꼽았다. 그에게 들은 이야기 중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십 수 년 전 최 감독이 아시아를 호령하는 스트라이커로 한참 이름을 떨치던 선수 시절이다. 부상도 없고 컨디션도 좋은데 어찌된 일인지 계속 벤치만 달궜다. 언론도 최 감독의 선발 제외를 의아해 했다. 최 감독은 하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작심하고 불만을 털어놓으려 했다. 성격도 강하고 자존심도 세고 한창 피가 끓을 때였다. 하지만 국가대표 리더였던 홍 감독이 말렸다. “너를 위해서도 팀을 위해서도 전혀 득이 되지 않는 행동이다. 눈 앞만 보지 말고 멀리 보라”고 진지하게 충고했다. 홍 감독의 설득에 최 감독은 불만을 속으로 삭였다. 얼마 뒤 그는 다시 국가대표 넘버 원 공격수 자리를 되찾았다. 당시 홍 감독의 냉철한 판단과 후배의 미래를 생각하는 마음이 최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모양이다.

지도자가 된 뒤에도 둘은 각별했다.

홍 감독이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거머쥐며 승승장구할 때 최 감독은 진심으로 축하를 보냈다. 반대로 홍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실패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최 감독은 옆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돼줬다. 최 감독은 “요즘에도 홍 감독과 종종 통화한다. 중국에 처음 왔을 때도 홍 감독의 조언이 적응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고마워했다.

홍명보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 항저우 웨이보
홍명보 항저우 그린타운 감독. 항저우 웨이보

그러나 승부 앞에 우정은 잠시 내려놔야 할 때다.

둘의 지향점은 사뭇 다르다.

장쑤는 최근 정규리그 4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 감독 부임 직후 3연패로 주춤한 적도 있지만 이내 분위기를 반전했다. 최 감독의 측근은 “3연패 할 때 모두 원정이었는데 중국 전역을 일주할 정도로 이동거리가 길었다. 열흘 이상의 원정 기간이 팀을 파악하고 선수들과 교분을 쌓는데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됐다”고 전했다. 브라질 국가대표 출신으로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던 하미레스(29), 이적료가 600억 원이 넘는 알렉스 테세이라(26ㆍ브라질) 등 슈퍼스타들도 최 감독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된다. 때로는 엄하고 때로는 자상한 최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와 친화력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샀다. 장쑤 안팎에서는 ‘멤버는 화려했지만 모래알 같던 팀을 최 감독이 찰흙보다 끈끈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감독은 FA컵과 정규리그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장쑤는 지난 달 17일 상하이 선화와 FA컵 4강 1차전에서 3-2로 승리했다. 21일 안방에서 벌어지는 홈 2차전에서 비기만 해도 결승에 오른다. 또 하나의 목표는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독주를 저지하는 것이다. 2011년부터 슈퍼리그를 5연패한 광저우는 올 시즌에도 1위를 달리고 있다. 광저우에 승점 6 뒤진 2위 장쑤는 막판 뒤집기를 노린다. 승점을 착실하게 쌓아 격차를 줄인 뒤 다음 달 16일 홈 맞대결에서 역전하겠다는 시나리오다. 그런 점에서 항저우는 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꼭 꺾어야 할 제물에 불과하다.

반면 홍 감독은 강등권 탈출이 시급하다. 15위, 16위 두 팀이 강등되는데 항저우는 아슬아슬한 14위다. 승점 1이 아쉬운 상황이다. 항저우는 25경기 30실점의 짠물 수비가 강점이고 장쑤는 25경기 47득점의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최용수의 ‘창’과 홍명보의 ‘방패’ 싸움이다.

홍명보, 최용수 감독 외에도 슈퍼리그에는 3명의 한국인 지도자가 더 있다. 박태하(48) 옌볜 푸더, 장외룡(57) 충칭 리판, 이장수(60) 창춘 야타이 감독이다. 슈퍼리그가 막바지로 흐르면서 이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박태하, 장외룡 감독은 각각 9위와 10위로 비교적 선전 중이다. 하지만 이장수 감독은 15위로 홍명보 감독과 치열하게 강등 다툼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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