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상수도 고도정수처리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려는 계획이 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대전시의회는 20일 제227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더불어 민주당 김동섭(유성구 2) 의원 등 14명이 공동 발의한 ‘고도정수처리시설 민간투자사업 추진 중단 촉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시의회는 결의안에서“물은 공공재로서 시민들이 값싸고 안전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라며 “대전시는 재정난과 비용부담을 피하는 도구로 막연한 수요예측을 통해 민간위탁을 당연시하려는 꼼수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공재에 대한 민간의 참여는 이윤추구를 위한 다양한 방법 중의 하나일 뿐”이라며 “기업의 이윤을 위한 비용이 고스란히 시민에게 전가되는 것을 다른 민간투자에서 체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도 제안 설명에서 “공공재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시민이 차별 없이 물 사용이 가능하도록 광주광역시나 울산광역시처럼 국비 및 지방비를 투입하는 재정사업으로 추진하라”고 촉구했다.
의회의 결의안 통과에 대해 ‘사회공공성강화 민영화저지 대전공동행동’은 논평을 통해 “공공재인 수돗물을 대기업의 이윤추구에 내맡겨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민간기업에 위탁하고자 했던 무책임한 행정에 제동을 건 것을 환영한다”밝혔다.
시민단체 반대와 시의회의 제동으로 대전시의 고도정수처리시설 민간투자 유치 사업 추진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시의회의 결의안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시민들의 대표기관의 반대를 집행부가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례상 총사업비 100억원 이상의 민간투자 사업은 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김 의원은 “집행부가 의원들에 대해 직ㆍ간접적인 설득과 회유를 이어가겠지만 시민의 눈과 귀가 이번 사안에 집중되고 있는 만큼 의원들이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권선택 시장을 향해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권 시장이 지난 8일 밝힌‘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말을 상기한다”며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들이 시민의 뜻을 받아 수돗물 민영화 중단을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에 대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대전시는 대청호 녹조 심화 등으로 시민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필요하자 재원 부족을 이유로 2022년까지 1,357억원의 민자를 유치, 송촌정수장 2단계, 월평정수장 1ㆍ2단계 등 3곳의 고도정수처리시설과 도수관로 구축 사업 등을 추진해 수돗물 민영화 논란을 빚고 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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