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량 낮은 알선수재죄 적용 노려
자신이 담당한 재판 청탁은 부인
검찰 “수딩젤 재판도 뇌물 인정돼”
정운호(51ㆍ구속기소)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재판 청탁과 함께 1억8,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수천(57)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정 전 대표로부터 고급 외제 중고차량을 공짜로 받기로 약속하고, 이를 감추기 위해 위장 거래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20일 김 부장판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정 전 대표한테서 2010년식 레인지로버 스포츠유틸리티(SUV) 중고차(시가 5,000만원 상당)를 무상 제공받고, 이에 더해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다. 당시 그는 네이처리퍼블릭 제품 ‘수딩젤’을 모방한 가짜 화장품 제조ㆍ유통 사범에 대한 항소심 재판장이었는데, 정 전 대표는 이들에 대한 엄벌과 함께 “회사가 관련된 입찰보증금 추심 소송에서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담당 재판부에 얘기해 달라”는 청탁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특히 정상적인 차량매매 형식을 가장하기 위해 정 전 대표 측과 짜고 일단 5,000만원을 건넨 뒤 차값을 포함해 현금 1억5,000만원을 되돌려 받았다.
그는 또, 같은 해 10~12월 정 전 대표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 재판부에 대한 청탁ㆍ알선 등 명목으로 현금 1,5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이에 앞서 2014년 상반기에 추심 소송과 관련, 정 전 대표에게서 1,000만원권 수표를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 부장판사는 검찰 조사에서 다른 재판부에 대한 청탁ㆍ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본인이 담당했던 ‘수딩젤’ 재판 관련 부탁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가 관련 항소심을 전담한다는 사실을 알고 돈을 건넸다는 정 전 대표 측의 진술과는 엇갈리는 것이다. 1억원 이상 뇌물죄는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에 처해지는 반면, 알선수재죄의 형량은 최대 징역 5년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돈 전달 시점이나 정 전 대표 측 진술 등을 볼 때 ‘수딩젤’ 재판 청탁이 있었음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다만, 김 부장판사가 다른 판사들에게 청탁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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