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측 일방적 종결 선언 직후
알레포서 미확인 군용기가 공습
최소 20여명 사망… 유엔 강력 반발
美 “러시아와 협력관계 재고”
시리아에서 일주일간의 임시 휴전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인 공습이 재개돼 국제적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공습은 알레포 일대 시민 7만8,000여명에게 유엔의 구호물자를 전달하기 위해 파견된 수송대를 정면으로 겨냥해 최소 20여명이 숨지고 트럭 18대가 파손됐다. 이에 정전 기간 시리아군을 폭격해 수세에 몰렸던 미국은 시리아 정권과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고 러시아는 공격 관여를 부인해 시리아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차가 커지고 있다.
유엔과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시리아 제2도시 알레포 서쪽 근교에 위치한 마을 우룸알쿠브라에서 유엔이 지원한 음식을 싣고 있던 구호트럭 31대 중 18대가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군용기의 폭격을 맞아 파괴됐다. 구호물자 보급을 담당한 시리아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자원봉사자 최소 1명을 포함해 시민 20여명이 숨졌고 적신월사 창고도 피해를 입었다.
인도주의적 구호대를 향한 공격에 유엔은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시리아 내 구호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스티븐 오브라이언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사무차장은 “만약 의도적인 공격이라면 전쟁범죄로 취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옌스 라에르케 OCHA 대변인은 20일 “안전을 위해 당분간 시리아 내에서 구호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폭격의 주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이번 폭격은 시리아 정부가 12일부터 시작된 휴전을 일방적으로 종결하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2시간 남짓 지난 후에 발생했다. 시리아 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휴전 기간 무장한 테러집단이 합의를 위반하고 전열을 정비했다”며 더 이상 휴전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황을 근거로 미국 국무부는 시리아 정부와 이를 배후에서 통제하고 있는 러시아에 구호대 폭격의 책임을 묻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러시아에 이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할 것이며 현재 맺고 있는 휴전을 위한 협력관계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미군 폭격기가 시리아 정부군을 오폭해 62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러시아가 긴급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수세에 몰렸던 미국이 불과 2일만에 러시아를 향해 역공에 나선 셈이다. 이에 러시아 국방부는 20일 “러시아나 시리아 공군이 구호대를 폭격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책임공방 속에 무슬림 성절인 ‘희생절(에이드알아드하)’을 맞아 미국과 러시아가 추진한 일주일간의 휴전 합의도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휴전은 정부군과 반군의 최대 격전지로 고립된 알레포 일대의 인도주의적 구호물자 보급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도적 지원이 미진한 가운데 휴전 주체들은 휴전 4일째부터 시리아 정부측과 러시아, 반군과 서방으로 나뉘어 서로가 협정을 위반했다며 책임을 돌렸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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