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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맨이 유머코드라는 광고, 웃기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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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맨이 유머코드라는 광고, 웃기지 않아요”

입력
2016.09.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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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그룹, 성적 감수성 결여된 광고로 뭇매

A그룹이 지난 4일 공개한 브랜드 영상 광고 '나는 불꽃이다' 때문에 뭇매를 맞고 있다. 여성을 노린 성희롱 범죄를 연상케 하는 광고 내용 때문이다.

A그룹이 유튜브에 공개한 문제의 광고는 '나는 불꽃이다-축제행 편'으로 영화 '부산행'을 풍자해 축제 현장으로 신나게 달려가는 사람들을 다뤘다. 그런데 영상 중 1분 3~10초 사이에 난데없이 ‘바바리맨’이 등장한다. 모자이크 처리한 상태에서 하의를 탈의한 중년 남성이 여고 교문 앞에서 바바리 앞섶을 열어 젖힌 채 여고생들을 기다린다. 여고생들은 바바리맨을 무시하고 축제 현장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이를 바라보던 바바리맨도 여고생들과 같은 방향을 향해 달리는 내용이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기업이 브랜드 광고에 여성을 겨냥한 바바리맨 범죄를 유머코드로 활용하는 게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했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바바리맨은 여성에게 불쾌한 경험이고 명백한 범죄인데도 이를 장난처럼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해서 광고의 소재로 사용한 것”이라며 “대중에게 공개되는 광고인 만큼 성범죄를 여성의 관점에서 보고 인권 감수성을 키워 광고를 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특정 다수에게 성기를 노출해 쾌감을 얻는 바바리맨 행위는 형법 상 공연음란죄가 적용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는 범죄다. 신체 접촉이 있다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강제추행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그만큼 광고에 등장시켜 웃고 넘길 일이 아니다.

비판이 일자 A그룹 측은 광고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했다. A그룹 관계자는 “광고 기획은 대행사에서 하지만 최종 검토과정에서 논란이 된 부분까지 미처 살피지 못했다”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문제 부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이 광고는 한컴에서 만들었다.

A그룹은 앞서 공개한 '나는 불꽃이다-직장맘' 편 브랜드 광고 동영상에서도 여성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듯한 내용을 담아 성차별적 광고라는 비판을 받았다. 해당 광고는 워킹맘 여성이 직장에서 힘들게 일하며 가사일도 열심히 챙긴다는 설정이다. 이 여성은 직장일에 지쳐서 귀가한 뒤 자녀가 그린 그림 속에 '우리 엄마 우주 최고'라는 문구를 보고 힘을 얻어 가사일까지 열심히 한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여성에게만 노동을 강요하는 문화를 당연시 여기는 광고”라고 비판했다.

계속되는 문제제기에 불구하고 성차별적 메시지가 광고 속에 되풀이 되는 이유는 뭘까. 이 사무국장은 "광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이 있어도 최종 결정까지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된 광고들이 전파를 탄다”며 “광고 제작자 뿐 아니라 최종 승인하는 기업 관계자들까지 성평등 의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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