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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서 수치심과 역겨움 느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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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서 수치심과 역겨움 느꼈을 것"

입력
2016.09.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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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변기 주위로 높이 1m의 가림막만 있는 개방형 유치장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도록 강제한 행위는 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개방형 화장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2001년 위헌 결정 이후에도 10년 이상 방치한 국가의 잘못을 지적하며 위자료를 물게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하헌우 판사는 20일 송경동(49) 시인 등 4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1명당 10만원씩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 시인과 정진우(47) 전 노동당 부대표 등은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과 폐쇄회로(CC)TV로 인해 인권을 침해 당했다며 2013년 3월 국가를 상대로 1명당 50만원씩 총 2,2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전국 21개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됐던 이들은 “화장실에 차폐시설이 충분하지 않아 신체 부위가 그대로 노출됐고, 용변 과정에서 냄새와 소리가 그대로 흘러나와 수치심과 굴욕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개방형 화장실 사용 강요는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어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유치장 CCTV는 자살 등의 우려가 있을 때만 설치해야 하는데 모든 유치인을 감시하도록 돼 있어 과도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하 판사는 “개방형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사람의 얼굴이 경찰관 등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불쾌한 소리나 냄새가 유치실 내로 직접 유입되며, 24시간 내내 조명이 유지되고 있어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유치인들은 이런 불쾌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가급적 용변을 억제하는 등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이 크고, 다른 유치인이 용변을 보는 경우에도 같은 공간에 노출돼 역겨움을 느꼈을 것이 명백하다고 하 판사는 판단했다. 그러면서 하 판사는 “경찰관들이 유치인들의 동태를 살필 필요성은 있지만 감시와 통제의 효율성에 치중해 열악한 구조의 화장실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합리적 범위를 벗어났다”며 “신체부위 노출과 악취 등을 막고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을 덜 받는 독립적 공간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1년 헌재가 대안을 만들라고 지적한 것과 다르지 않은 판단이다.

하지만 하 판사는 유치장 CCTV에 대해선 “구속 여부 결정이나 집행이 완료되지 않은 유치인의 경우 경찰이 개별적으로 구금ㆍ관리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며 “한정된 인력으로 CCTV는 비교적 적합한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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