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 능산리 서고분군(사적)에서 일제강점기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왕릉급 고분 4기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문화재청이 20일 밝혔다. 발굴 과정에서 그 동안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3기의 고분도 새롭게 찾아냈다.
문화재청과 부여군은 1920년 ‘고적조사보고’에 “왕릉에 버금가는 고분 4기가 있다”고 기록된 능산리 왕릉군 서쪽의 무덤 2기(8, 10호분)를 지난 6월 발굴 조사했다. 이 고분들은 지름이 15~20m이며, 횡혈식 석실(橫穴式 石室ㆍ굴식돌방무덤) 구조다.
그 결과 2기에서 왕릉급 무덤에서 확인되는 호석(護石ㆍ무덤 외부를 보호하기 위해 무덤 아랫부분을 둘러막은 돌)이 봉분 바깥으로 둘러져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도(羨道ㆍ고분 입구에서 유골을 안치한 방에 이르는 길) 문밖에서 금으로 도금된 목관 조각과 금동 못도 발견했다. 목관은 공주 무령왕릉처럼 금송(金松)으로 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에 조사한 무덤 중 한 기는 일제강점기에 발굴이 끝났고, 다른 한 기는 처음 발굴했으나 도굴 흔적이 역력했다”면서도 2기 모두 조성 당시 원형이 잘 남아 있어 백제 왕릉급 고분의 축조ㆍ조성 기법까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능산리 고분군은 지난해 7월 백제 왕릉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다른 백제 유적들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는데, 이번 조사에서 3개의 고분이 추가 발견돼 고분 숫자는 모두 20개로 늘어났다. 부여군 문화재사업소 관계자는 “아직 조사가 완료된 것은 아니나 왕릉급 고분과 구조 등이 유사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20개 모두 왕릉급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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