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운행 중인 자동차 가운데 리콜대상임에도 수리를 받지 않은 채 도로를 달리는 ‘결함 차량’이 72만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년간 리콜 명령을 받은 차량은 390만대에 육박하지만, 시정률은 81%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용기 의원이 20일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동차 리콜 현황 및 시정률’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제작결함 때문에 리콜 명령이 내려진 자동차는 총 387만3,880대였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해 6월 기준 자동차 등록대수 2,146만4,224대를 기준으로 보면, 자동차 100대 중 18대(18.05%)가 리콜 대상 차량인 셈이다. 2011년 26만8,658대, 2012년 20만6,237대 등 연간 20만대 수준이던 리콜 대상 차량은 2013년 103만7,151대로 급증했으며 지난해에도 103만2,906대를 기록해 연간 자동차 리콜 ‘100만대 시대’로 접어들었다. 올해도 8월까지 45만9,120대의 차량이 리콜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같은 기간 리콜 시정률은 약 81%에 불과했다.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리콜 명령을 받은 차량 380만2,635대 중 72만5,549대(19.08%)는 리콜 판정을 받고도 아직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자동차 제작사 등은 1년 6개월 이상 제작결함 시정조치를 하며 분기마다 진행 상황을 교통안전공단에 보고해야 한다.
국내 완성차업체 중 리콜 시정을 가장 성실하게 이행한 곳은 르노삼성자동차로 시정률이 88.93%로 나타났다. 이어 기아자동차(85.82%), 쌍용자동차(81.44%), 현대자동차(79.55%), 한국지엠(78.33%) 순이었다.
수입차업체 중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96.54%로 가장 높은 시정률을 기록했고, 푸조ㆍ시트로엥의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90.76%), 볼보자동차코리아(86.08%)가 뒤를 이었다. 반면 혼다코리아(59.08%)는 시정률이 절반 수준으로 부진했다.
특히 리콜이 실시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시정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경우도 있었다. BMW코리아는 2013년 12월에 750Li 차량 233대에 대해 주행 중 문이 열릴 수 있는 문제로 리콜 명령을 받았으나 현재까지 리콜을 이행한 차량은 33대로 파악됐다. 200대(85.8%)의 차량은 여전히 안전문제를 지닌 채 운행 중인 것이다.
정용기 의원은 “아직 수리를 받지 않은 72만대의 결함 차량이 사고 위험을 안고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데, 안전을 위해서 국토부와 자동차회사가 리콜 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