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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인상 파도 올텐데… 국회 ‘외환 방파제’ 감액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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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금리 인상 파도 올텐데… 국회 ‘외환 방파제’ 감액 논란

입력
2016.09.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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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달러 환율 변동률 급등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줄라” 우려

외평기금 일부 대기업 대출 등

엉뚱하게 활용, 삭감 빌미 제공도

국회가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 과정에서 외화유출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출연액을 정부안보다 2,000억원이나 삭감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하고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충격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국회가 자본유출에 대비할 둑을 제대로 높이지 못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외평기금 출연금 싹둑

1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회는 정기국회에서 올해 추경안을 심사하며 외평기금 출연액을 정부안(5,000억원)보다 대폭 삭감한 3,000억원으로 확정했다. 국회가 이번 추경 심사에서 감액한 총액이 4,65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감액 절반 가까이가 외평기금에서만 이뤄진 것이다. 외평기금은 급격한 외환유출입에 따른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외환시장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할 목적으로 보유ㆍ운용하는 자금이다.

외평기금 출연액이 싹둑 잘린 데는 야당의 주장이 강하게 작용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외평기금 출연이 추경 목적(구조조정 등)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국민의당도 “통화스와프를 늘리는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출연에 반대했다. 당정이 “외환유출입 부작용에 대응해야 한다”며 원안 고수를 주장했으나, 여소야대에 밀려 2,000억원이 삭감되는 선에서 정리됐다.

썰물 앞 방파제 예산 감액

문제는 미국 금리 인상을 눈앞에 두고 외환시장 변동성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한 시점에서 외화방파제 보강 높이를 원안보다 낮추는 것이 과연 적절한 선택이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의 전일 대비 평균 변동률은 올해 2분기 0.56%를 기록했다. 지난해(0.47%)보다 변동폭이 훨씬 커졌고,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남아 있던 2010년(0.60%)과 비슷하다. 환율이 미국 금리인상 등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린다는 얘기다.

국회가 확정한 외평기금 출연액 3,000억원은 달러로 환산하면 약 2억6,800만달러인데, 2분기말 기준 만기 1년 이하 단기외채 규모(1,068억달러)를 감안하면 단기외채의 하루 평균 만기액(3억달러 가량)에도 못 미치는 보강액이다. 외환보유액은 브렉시트 영향이 본격화하던 6월 전달보다 10억달러(1조1,190억원)가 감소하기도 했다.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는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가급적 외평기금은 충분히 갖추는 게 좋다”며 “외환당국이 시장에 보내는 신호가 그만큼 약해졌다는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외평기금을 재정으로 보강한다는 것은 유사시 한국을 노릴 헤지펀드에 보내는 경고 메시지의 성격이 강한데, 자칫 환투기 세력들에게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이 국가채무 증가의 주범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이번 추경을 통해 빚(외평채)이 아닌 직접 출연을 통해 채무 증가폭을 줄일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점도 지적된다. 이번 추경은 국채 발행이 아니라 세입 증가분을 쓰는 식이어서, 이번에 외평기금이 원안만큼 확충됐다면 나중에 외평채 발행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외평기금 엉뚱한 데 쓴 당국도 문제

하지만 “굳이 추경으로 재원을 확충할 필요는 없었다”는 반론도 여전하다. 특히 정부가 그간 외평기금을 용도에 맞지 않게 활용한 관행이 야권의 공격(외평기금 출연액 삭감)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외평기금 일부를 국내기업에 공급해 해외건설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외화대출 제도를 운영해 왔는데, 5월말 기준 대출총액은 146억1,000억달러(약 16조3,000억원)다. 외화대출은 환율안정이라는 외평기금 본래 목적과 상관 없는 대출이고, 외화대출로 나간 금액은 해당 자금이 외환보유액에서 빠지는 부작용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과도한 외화대출은 외평기금 재원이 적정 수준 이상이라는 것”이라며 “외환시장 시그널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재원 확충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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