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내년 1월 귀환 소식에
친박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
비박 “무슨 구세주라도 되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7년 1월 귀국을 공식화하면서 새누리당 내에서 희비의 쌍곡선이 그어지고 있다. ‘반기문 대망론’ 재점화에 나선 친박계는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조성된 안보위기 상황에서 반 총장의 몸값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반면 비박계는 “반 총장이 구세주냐”며 섣부른 대세론 형성은 견제하는 모습이다. 비박계 유력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도 “(주변 사람들이) 자꾸 가서 건드리는 건 옳지 못하다”고 꼬집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의환향하길 기대한다”며 반 총장 돋우기 릴레이에 물꼬를 텄다. 정 원내대표는 “10년 동안 국제외교무대 수장으로서 노고를 위로하고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우리나라 미래세대를 위해 써달라는 인사를 드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여권에 뚜렷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만큼 반 총장을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친박계 최고위원들도 최고위에서 현안 발언을 사실상 금지한 이정현 대표가 “국민께 추석 민심을 포함한 말씀을 좀 해달라”고 기회를 허용하자 ‘반기문 띄우기’에 가세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반 총장이 내년 1월에 오신다는 것은 여당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환영할 일”이라며 “들어오셔서 국내 정치에 대한 부분들도 관심을 갖고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반 총장에 대한 말을 많이 하지만 결국 우리 정치권이 지금 해야 될 일은 북핵 관련 안보에 강력 대처하고 민생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신 “지금 지자체장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았고 여러 현안이 쌓여 있는데 도지사,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도외시하고 벌써 대권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남경필ㆍ원희룡 지사 등 비박계 잠룡들을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최고위 멤버 중 유일한 비박계인 강석호 최고위원은 ‘반기문 띄우기’에 제동을 걸었다. 강 최고위원은 “반 총장이 무슨 구세주라도 되는 양 너무 치켜세운다면 우리 정치사에 부끄러운 부분으로 남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우려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초청 ‘20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해야 할 일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노력”이라며 “반 총장이 성공적으로 잘 끝내야 인기가 더 올라갈 거 아니냐. (주변 사람들 보고) 주책 좀 그만 떨라고 그래”라고 친박계를 겨냥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비박계로서는 북핵 위기로 안보정국이 조성된 상황에서 비박계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이 정체되는 데 대해 절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누가 확실한 보수 후보인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앞으로 진행된 몇 차례 여론조사 결과에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담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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