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신부 이사들의 전횡을 막아달라’며 로마 예수회 총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2010년부터 대학 측이 추진해 온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 사업이 이사회 반대로 무산되면서 학교 경영진과 이사회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19일 서강대에 따르면 유 총장은 가톨릭수도회인 예수회 로마총원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에게 “이사회의 파행적인 학교 운영을 직접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그는 탄원서에서 “7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재정적 어려움에도 (예수회 신부들이 주도하는) 이사회는 아무런 해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이사회의 파행적 학교 운영으로 개교 이후 최대 위기에 빠진 만큼 예수회가 이사인 정제천 한국관구장의 독단적 리더십을 조사해 달라”고 주장했다.
유 총장은 이어 “정 관구장은 돈 문제만 해결하면 (남양주캠퍼스 사업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금이 충원돼도 말 바꾸기를 하면서 사업을 중단시켰다”며 “이사회가 남양주캠퍼스를 반대하는 이유는 (대학이) 변화와 개혁을 통해 발전하면 장악력이 약화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주 제2캠퍼스 조성은 서강대가 역점 과제로 진행해 온 사업으로 경기 남양주시 양정동 일대 개발제한구역이 2014년 12월 캠퍼스 유치를 조건으로 해제된 뒤 급물살을 탔다. 서강대가 일부 대학 정원을 남양주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대학위치변경 승인을 교육부에서 받으면 사전 절차가 마무리 되지만 해당 안건은 지난 5월과 7월 이사회에서 잇따라 부결됐다. 이사회는 등록금 동결로 학교가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어 사업적 안전성을 보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7월 이사회 당시 반대 5명(출석 7명) 중 4명이 예수회 신부였다. 서강대 관계자는 “학생들과 교수들도 긴급 총회를 열 예정이어서 제2캠퍼스 사업을 놓고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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