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재활 통해 치료 후 삶의 질 높여야”
50대 후반 여성 A씨가 분당서울대병원 암재활클리닉을 찾았다. 폐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은 뒤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 걷는 것은 물론 앉아 있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혼자서는 화장실도 가지 못할 정도였던 A씨는 이 클리닉에서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체력을 높이는 운동과 근력운동 등을 시행한 뒤 혼자 서서 걷는 등 일상생활을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무엇보다 좋아진 체력 덕분에 남은 항암치료도 견뎌내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암 생존율이 점점 더 향상되고 수명이 연장되면서 암 치료 이후 삶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했다. 양 교수는 “암환자는 재활치료를 통해 암 치료과정 중에 생기는 불편한 문제와 치료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장애를 최대한 줄여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에게 암재활치료에 대해 물었다.
-암 재활이라는 말이 생소한데…
“암 생존자는 현재 암을 치료 중인 환자와 암 치료 후 회복기에 접어든 환자, 그리고 치료가 끝난 뒤 안정기에 접어든 생존자 등 3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암 재활은 시기별 기능 회복을 통해 환자의 사회 복귀를 돕고 암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포괄적이고 기능적이며 다학제적 팀 접근법을 시행하는 재활의학과적 치료의 분야다. 암 환자 재활치료는 암 진행에 따라 예측되는 문제뿐만 아니라 암 치료, 즉 수술이나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이후에 생길 수 있는 문제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또한, 임 치료 후 영구장애가 돼도 환자의 기능적 상태를 최대한 향상하도록 도와준다.”
-암재활클리닉의 치료 프로그램은.
“암재활클리닉은 암 자체로 인한 요인(골격계 전이, 중추 및 말초 신경계 침범 등)과 수술, 항암, 방사선요법 등 암 치료와 관련된 요인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여러 기능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를 통해 암 생존자가 정상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통해 삶이 질을 높이게 한다. 클리닉에는 림프절 제거술, 항암, 방사선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림프부종의 관리와 치료를 돕는 림프부종클리닉, 만성 통증을 관리하는 통증클리닉, 위약 및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유산소운동(에어로빅)과 근력강화운동, 교육을 통한 근위축 예방ㆍ치료를 돕는 운동클리닉 등이 있다. 각 클리닉은 암종별 기능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재활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암 종류별로 재활법도 다를 것 같은데.
“암재활클리닉에서는 암 환자의 피로완화와 활력증진을 위해 신체 기능평가를 시행한다. 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량을 정하고 운동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적으로 환자 개개인의 최대 근력을 측정해 적당한 운동강도를 확인한다. 이를 통해 환자가 평소에도 안전하게 근력운동을 하도록 적절한 운동처방과 암 종류별로 필요한 재활치료를 실시하고 있다. 예컨대 유방암은 암 진단부터 치료 후까지 다각적인 재활의학적 접근을 가장 많이 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는 수술법에 따라 림프절절제술을 시행한 경우 림프부종 예방관리 교육부터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가능한 한 조기에 림프부종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점진적 근력강화운동을 통해 수술한 팔을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도록 맞춤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암 재활치료는 어떤 때 받아야 하나.
“암 치료 후 기능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 특히 필요하다. 예컨대 유방암의 경우 림프부종, 관절구축, 회전근개손상 등 팔 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고 직장암이나 전립선암, 부인암의 경우 일부에서 골반기전기능장애로 인해 요실금, 변실금 등의 기능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재활치료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기능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과 국내 연구에 따르면 암 생존자 가운데 40%정도가 기능장애를 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암 재활치료 중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암 환자가 치료받으면서 힘들어하는 것은.
“암 환자는 수술 후 시간이 지나도 생활하는 데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투병과정에서 손상된 신체기능은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되지만, 일상활동이나 사회참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삶의 질이 떨어진다. 암 치료 후 환자는 지속적인 피로와 체력 약화로 직업과 사회 복귀가 어렵다. 특히 이를 지원하는 제도가 부족해 안타깝다. 예컨대 암환자 등록 시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 암합병증으로 인한 봉와직염, 보행장애 등은 본인 부담금으로 치료해야 한다. 때문에 환자는 경제활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치료비 부담까지 더해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재활ㆍ치료 프로그램이 없어 근거가 부족한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등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암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는.
“암 재활의 목적은 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이다. 따라서 암종별로 전문 재활치료가 활성화되고 진료과별 협진을 통해 체계적인 치료 프로세스가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또한 사회적 지지 서비스가 절실하다. 현재 제도상으로는 암 발병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회적인 혜택을 받지 못해 합병증 치료 등 경제적 어려움을 많이 겪는 환자가 많다. 이를 보완해주는 제도가 마련돼 암 환자가 소외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암 환자 재활치료는 어떤가.
“일본 영국 호주 등 해외 여러 곳에서도 오래 전부터 이미 시행 중이다. 영국과 일본에서는 암 진단 후 수술 전 항암방사선치료를 받는 동안 기능을 최대화하는 목표로 사전재활(prehabilitation)을 시행해 수술 후 합병증을 예방하고 치료성적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환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수술 후 빨리 회복되도록 하는 프로그램(ERAS)도 운용하고 있다. 국내에도 빨리 이런 암재활 프로그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암환자 재활서비스의 장점은.
“무엇보다 환자 치료를 위해 관련된 여러 과가 협력해 진행하는 협진문화가 잘 정착돼 있다. 특히 외래놔 입원 등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으면 조기에 환자가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신뢰하며 의뢰하는 암전문의와 협업체계가 갖춰져 환자 회복과 치료효과가 좋다. 덧붙여 암재활클리닉은 다양한 세부 클리닉과 프로그램이 마련돼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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