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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과 환경 개선... 성조숙증 치료, 부모·자녀 함께 노력해야

입력
2016.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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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 강원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김화영 강원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얼마 전 딸과 함께 우리 병원을 찾은 한 엄마가 고민 상담을 해왔다. 초등학교 2학년이 된 딸이 말수도 부쩍 줄고, 얼굴이 어두워졌다는 것. 쉬는 시간에도 혼자 앉아 있고, 특히 남자아이들과는 말도 섞지 않는다고 같은 반 친구들이 이야기한다. 최근 가슴에 멍울도 잡히고 사춘기가 시작되려는 게 아닌지 걱정이었다. 또래보다 키가 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다른 엄마들로부터 부러움을 샀는데, 이제는 그 부러움이 염려로 바뀌었다. 골연령 및 사춘기 관련 호르몬 유발검사를 시행한 결과 성조숙증 진단이 내려졌고, 부모님과 논의해 치료를 시작했다.

또래보다 더 빨리 크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조숙증 진료 인원은 2011년 4만6,250명에서 2015년 7만5,945명으로 5년간 1.6배나 증가했다. 성조숙증은 성호르몬이 일찍 분비돼 실제 나이보다 2차 성징이 빨리 시작되는 질환이다. 여아는 만 8세 이전에 가슴이 발달하고, 남아는 만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남아보다 여아에게서 많이 나타나고 시기를 놓치면 치료가 어렵다. 또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남녀 모두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키보다 10㎝까지도 작아질 수 있다.

성조숙증 유발원인에는 중추신경계, 난소, 고환의 종양과 같은 질환이 포함되므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또 여아에서 흔한 특발성 성조숙증은 아직 명확한 원인이 밝혀진 바 없으나, 비만, 식습관, 환경호르몬, 유전적 요인들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TV, 컴퓨터 외에도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아이들도 성인물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외부에서 성적 자극을 받는 경우에도 성호르몬 분비가 촉진될 수 있으므로 부모님의 관심과 통제가 필요하다. 또 학업 등으로 인해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절해 줄 필요가 있다.

성조숙증은 3~4주 간격으로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 작용제’ 주사를 통해 치료한다. 성선자극호르몬 분비를 억제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다시 2차 성징을 시작할 수 있게 해준다. 개인차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치료 기간은 골연령 12세 전후까지로 한번 진단되면 3~4년 정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며, 중간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빨리빨리 사회에서 아이의 성장 속도까지 바쁘게 달려갈 필요는 없다. 특히 사춘기에 있어서는 또래와 비슷한 시기에 속도를 맞춰야 정상 성인키에 도달할 수 있고 신체적으로 다르다는 정체성 혼란을 겪지 않는다.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에서 빨리 달리는 토끼보다는 거북이처럼 자기 속도에 맞춰 목표점까지 도달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5대 영양소 골고루 먹기,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등 일회용품 적게 쓰기, 책상에서 벗어나 하루 30분 이상 밖에서 뛰어 놀기 등 아이에게만 실천을 요구하지 말고 부모가 함께 하는 ‘천천히 가도 괜찮아’ 규칙을 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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