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부산대병원 신경과 교수
편두통은 세계 유병률 순위 3위에 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을 괴롭히면서 삶의 질까지 나쁘게 하는 질환이다. 만약 전문가가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면 환자의 삶의 질이 월등히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엉뚱하게 진단되면 약물남용, 과용으로 이어지면서 난치성 두통이 될 수 있다. 최근 알게 된 한 편두통 환자는 과거에 긴장형 두통으로 진단을 받는 바람에 잘못된 치료제 투약으로 고생하다가 약물과용 두통까지 얻어 이중으로 고생했다. 다시 말하자면, 난치성 두통으로 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일차 방어선이 바로 올바른 진단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올바른 진단이 내려져 내가 겪는 두통이 ‘편두통’인 것을 확인했다면 2차 방어선은 편두통이 오는 그 순간이다. 편두통 발작이 시작되면 최대한 빨리 두통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두통과 동반 증상들을 멈추게 해야 한다.
만약 멈추는 것이 안 되면 두통 강도가 더 심해지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 편두통은 한번 발작을 시작하면 저절로 잦아드는 경우가 매우 드물며, 통증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더 심한 통증이 발생해 역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것이 문제이다.
고질적 편두통이 난치성 두통이 되는 것을 막는 3차 방어선은 세심하고 충분한 치료제 투약이다. 치료제는 용량을 충분히 사용하며 중도에 투약을 중단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약물 선택에 고려해야 할 점은 편두통 유형, 심한 정도, 구역 등의 동반증상, 이전의 치료제 사용 병력, 동반 질환 등이다. 두통 전문가에게 진단ㆍ치료를 받을 때 이런 내용을 상세히 말하여야 가장 잘 맞는 치료제를 처방 받을 수 있다.
환자가 스스로 감지할 수 있는 4차 방어선은 두통 횟수가 변하는 시기다. 1주에 2회 이하이던 편두통이 2회를 넘어간다면 이때는 두통 전문의와 상의해 예방요법을 시작해야 한다. 예방요법이란 증상 후 치료제를 투여하는 게 아니라 미리 투여하는 것이다. 즉, 두통을 느끼는 횟수를 줄어들게 하거나, 일정 기간 두통 증상이 없도록 예방적 차원에서 치료제를 투여한다. 이러한 예방요법을 쓰지 않으면 편두통 증상의 강도와 빈도가 점점 세져 난치성 두통으로 갈 위험이 커진다.
예방요법은 편두통 환자의 뇌와 혈관을 편안하게 하고, 신경계를 안정화하고, 항통증계를 강화시키며, 중추신경계 민감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냄으로써 편두통 횟수나 통증 강도 등을 낮춘다. 베타차단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보톡스, 리보플라빈 등의 다양한 약물을 단독 혹은 병용해 이러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러 예방요법 중 최근 화제가 되는 것은 보톡스 예방요법으로, 연구에 따르면 약 3개월간 편두통 예방효과가 나타난다. 미국신경과학회에서는 반드시 시도해야 하는 치료법으로 권고하기도 했다.
편두통의 극심한 고통과 동반 증상을 떨쳐내 삶의 질을 높이고, 난치성 두통으로 변하는 것을 막는 데에는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다만, 편두통의 유발인자를 교정하지 않는다면, 다양한 치료법을 시도한다 해도 만족스러운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두통을 유발하는 카페인, 빈번한 음주는 피하고, 일정한 수면 습관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두통 치료의 핵심임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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