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관목 41% 생육 불량
시청사 앞마당 소나무도 흉물로
토양 개량 등 대책 마련 전전긍긍

세종시청사 앞마당에 식재된 대형 소나무는 바짝 말라 앙상한 가지를 흉물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높이 20여m가 넘는 이 소나무는 지난해 6월 시청사에 입주할 때만 해도 멀쩡한 상태였지만 불과 1년여 만에 고사되고 말았다.
세종시가 시청사 입주 시기와 맞물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이관 받은 호수공원의 관목들도 올 여름 수 백 그루가 고사했다. 나무가 아예 말라비틀어지거나 육안으로도 기형적으로 생육하는 나무도 많았다. 시는 나무를 식재한 조경업체의 하자보수를 통해 고사목을 뽑아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기로 했다.
세종시 도로와 공원의 나무들이 매년 죽어나가고 있다. 도시의 쾌적한 환경과 미관을 위해 심은 나무들이 줄줄이 고사하면서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고 있다.
19일 세종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에 따르면 신도심(행복도시) 도로변은 물론, 공원 등지에 식재된 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다.
특히 정부세종청사 주변 도로변과 최근 개발이 한창인 3, 4생활권 금강변 주요 간선도로 나무의 상당수가 말라 죽고 있다. 관리 기관인 LH는 지난 7월부터 3대의 물차까지 동원해 70차례 이상 BRT 도로 주변 나무에 물을 주고 있지만 죽어나가는 나무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LH는 조만간 하자수목 전수조사를 벌이고,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교체 및 보완 식재에 나설 예정이다.
세종시가 LH로부터 관리를 이관 받은 1생활권과 2-3생활권에서도 300여주의 가로수가 고사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호수공원에선 고사목들이 말 그대로 속출하고 있다. 시 시설관리사업소의 조사 결과 관목 658주 가운데 고사되거나 생육이 불량한 나무가 무려 272주(41.3%)에 달했다. 조사는 교목을 제외하고 진행해 실제 고사한 나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시설관리사업소는 식재를 했던 조경업체에 하자보수를 요청해 일단 문제가 발견된 관목을 전량 교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호수공원의 경우 인공 호수를 만들면서 쌓은 흙에 표토층이 깊지 않은 데다 폭염까지 더해져 고사목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비료와 물을 지속적으로 주면서 토양을 개량하지만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어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선 지난해에도 나무가 다량 고사해 시끄러웠다. 6생활권에 식재한 노각나무는 632그루 가운데 절반이 넘는 359그루, 2생활권의 왕벚나무는 338그루 가운데 15%인 50여그루가 말라 죽었다. 1생활권의 주요 가로수와 공원녹지도 최대 11.5%의 고사율을 보이는 등 고사목이 끊이지 않아 문제가 됐다. LH의 전수조사결과 하부지반이 단단한 바위가 많은 암층(1-2생활권)이거나 포장구역(상업용지)에 식재된 나무의 고사나 생육불량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사목 문제가 매년 반복되면서 관리 당국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커지고 있다. 한 시민은 “작년에도 나무가 잔뜩 말라 죽어 큰 문제가 되더니 올해도 똑 같은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나무를 대충 심어놓고 관리는 하지 않으니 그런 것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물차까지 동원하고, 영양분도 공급하는 등 관리하고 있는데 폭염이 오랫동안 진행되며 나무의 생육에 지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고사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전문가 등의 도움을 받아 적극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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