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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때문에…‘한국의 장발장’ 구제 작년의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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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때문에…‘한국의 장발장’ 구제 작년의 2배

입력
2016.09.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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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간 범법자 594명 훈방

생계형 급증 팍팍한 현실 반영

지난 4월 충북의 한 편의점. A(73)씨는 배가 너무 고파 편의점에서 과자 한 봉지를 훔쳐 나오다 인근을 지나던 차량과 부딪혔다. 출동한 경찰은 A씨가 절도 혐의가 있지만 73세로 고령이며 장애 3등급이라는 점을 파악했다. 전과도 없었다. 경찰서 경미심사범죄위원회는 A씨를 정밀 심사한 뒤 범죄 혐의가 경미하다고 판단했고, 경찰은 그를 훈방 조치했다.

경찰이 지난해 도입한 경미범죄심사위(장발장 구제 제도)가 확대되면서 생계형 범죄자에 대한 구제도 증가하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경찰서가 자체 선정한 형사범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 피해 정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분을 감경해 주는 제도다. 예컨대 형사 입건된 사람 중 심의를 거쳐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 즉결심판청구에 회부한 뒤, 벌금을 내게 한다든지 훈방하는 식이다.

1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지난달까지 전국 1급지 경찰서에서 전면 실시 중인 경미범죄심사위에 회부된 범법자 920명 중 849명이 즉결심판청구 대상자로 분류됐고, 이 중 594명이 훈방 조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57명의 처벌이 감경된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경미범죄심사위 확대는 최근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맞물려 생계형 범죄가 급증한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2010년 9만6,027건이었던 100만원 이하인 소액 강ㆍ절도 규모는 2014년 19만1,590건으로 5년 사이 두 배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강ㆍ절도가 27만3,819건에서 26만8,450건으로 감소한 사실에 견줘 증가세가 확연하다.

사정이 이렇지만 경미한 죄질에 걸맞은 즉결심판 청구나 통고(범칙금) 처분은 오히려 줄었다. 생활형 범죄 가운데 즉결심판 청구 처분 건수는 2012년 5만1,311건에서 2014년 4만5,263건으로 감소했고, 통고처분 역시 2010년 8만6,592건에서 2013년 5만5,455건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피해가 적고 순간적 충동을 이기지 못한 단발성 범죄가 대부분인데 처벌은 가혹하다는 지적이 많아 일선 경찰서 단계에서 최대한 온정을 베풀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미범죄심사위의 자의적 판단 가능성 등 구제 기준이 불분명하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는 만큼 경찰은 심사위 구성을 다양화해 객관성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미범죄심사위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을 감안해 운영의 묘를 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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