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잇따라 신차 판매에 나서고 있다. 수십 년간 철저하게 현장 영업점 위주로 구축된 신차 판매 시장에도 거스를 수 없는 ‘온라인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지엠(GM)은 쉐보레 브랜드의 소형차 ‘더 뉴 아베오’ 출시를 앞두고 전자상거래 사이트 옥션과 제휴해 10대를 한정 판매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한국GM이 처음 진행하는 온라인 판매다.
이달 26일 개설되는 옥션의 ‘더 뉴 아베오’ 판매 코너에선 차량 선택 후 계약금(200만원)을 낸 뒤 추가품목(옵션) 등을 정하고, 나머지 금액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판매가 이뤄진다. 온라인 구매자에겐 옥션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500만원 상당의 ‘스마일캐시’가 제공된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이달 초 신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6’ 판매에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스템을 접목했다. 고객이 온라인 쇼룸에서 차량 종류와 색상, 옵션, 인수지역 등을 정해 직접 차량 가격을 산출한 뒤 카카오페이로 계약금을 내는 방식이다. 계약서 작성과 최종 결제는 기존처럼 영업점에서 이뤄져 완전한 온라인 판매는 아니지만, 르노삼성은 새로운 차량 판매 창구로 e커머스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초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은 결제까지 온라인에서 끝내는 방식으로 ‘재규어 XE’를 판매했다. 비록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판매대행사와의 갈등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고객 1명이 700만원 할인된 가격에 차를 받았다. 국내 1호 온라인 신차 판매였다. 할인가 700만원은 티몬이 부담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에서 신차 판매는 그 동안 쉽게 진출할 수 없었던 ‘성역’이었다. 부동산에 이은 고가 제품인 탓에 고객들은 담당자와 직접 계약서를 쓰는 방식을 선호했고, 업체 입장에서는 전국에 거미줄처럼 깔린 영업 조직을 흔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고급차들의 온라인 판매가 정착되는 추세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도 온라인에서 신차를 판매한다. 현대자동차의 영국 대리점 등도 디지털 쇼룸을 만들어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차를 팔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차량의 품질이 균일해 진데다, 온라인을 통해 고객에게 제공되는 정보의 질이 대폭 향상됐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말로 예정된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모터스의 국내 상륙이 온라인 신차 판매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테슬라 매장은 차를 보여주기만 하고 모든 계약은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는 제품만큼이나 기존 틀을 깬 혁신적인 판매 방식을 선보였다”며 “온라인 판매는 중간 유통단계가 줄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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