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인간도 살 수 없습니다. 멸종 위기에 놓인 우리 토종벌을 살려주세요”
충북지역 토종벌 농가들이 토종벌 괴질로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퇴치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한국한봉협회 충북지회는 20일 오전 충주시 신니면에서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된 벌통을 태우는 ‘낭충봉아부패병 화형식’을 연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100여명의 토종벌 농가가 참여해 벌통 800여 개를 소각하고 근본적인 방역대책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한봉협회는 정부에 보내는 호소문에서 “낭충봉아부패병이 크게 발생한지 6년이 지났지만 토종벌은 계속 죽고 있고 한봉산업은 초토화됐다”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원인은 방역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지금이라도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낭충봉아부패병을 살처분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감염 벌통의 이동제한만으로는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으니 살처분을 통해 감염원 차단에 주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협회는 이와 함께 ▦병 발생 농가에 대한 특별 관리 ▦토종벌 질병 자가진단키트 개발·보급 ▦토종벌 방역관리 전문기능사 육성 등의 대책 마련을 요구키로 했다.
박찬홍 한봉협회 충북지회장은 “정부는 2010년 폐사한 31만 7,000통의 토종벌을 2015년까지 복원하기로 농민들과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했다”며 “백척간두에 있는 토종벌 농가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다.
토종벌 농가의 호소에 따라 충북도는 오는 11월까지 도내에서 사육되는 모든 벌통에 대해 낭충봉아부패병 감염 여부를 조사키로 했다. 전수 조사 대상은 580개 농가의 벌통 4,100개이다.
조사 결과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됐거나 잠복 감염된 것으로 판명나면 소각 등 방역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도는 밝혔다.
도는 또한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감염벌통 소각비 국비 지원, 발생농가 중심의 지역단위 이동제한 시행 등 대책을 농식품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낭충봉아부패병은 꿀벌 애벌레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는다. 2008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발견되기 시작한 이 병은 2010년 전국으로 확산돼 그 해 국내 토종벌 98%를 초토화시켰다. 이후 뚜렷한 대책을 찾지 못하면서 전국에서 90% 이상의 토종벌 농가가 벌 치는 일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