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체적 단서 있으면 확대”
추석 연휴 후 신중 모드 돌아서
여론몰이식 수사 비판 의식한 듯
다음 수순 위한 숨고르기 분석도
윤장현 광주시장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 김모(62)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속도 조절에 나서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지난 8일 김씨를 체포한 직후 “김씨와 관련된 의혹을 다 갖다 보겠다”던 검찰 분위기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다소 신중 모드로 바뀌었다.
광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19일 수사 확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단 김씨의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알선수재 혐의)에 대한 수사가 끝나야 한다”고 말을 아꼈다. 시정 농단 의혹의 중심에 섰던 김씨의 공무원 인사 개입 및 각종 이권 연루 의혹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못하겠다”고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수사의 판을 키우자니 부담도 적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검찰은 “구체적인 단서가 있으면 수사하겠지만 의혹과 풍문으로 움직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다소 애매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느 수준의 단서가 수사에 나설 만큼 충분한 것인지는 어디까지나 검찰이 판단할 몫이라는 점에서 사실은 검찰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이는 여론몰이식 수사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한 조심스러운 모습으로 해석된다. 수사 초기부터 김씨와 관련된 모든 의혹에 메스를 들이댄다면 수사 범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큰 방향은 수사 확대 쪽으로 기운 듯 하다. 검찰이 “일단 확실한 (단서가 있는)것부터 수사를 하겠다”고 말한 것은 반대로 수사가 다음 단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 또 검찰이 김씨의 공무원 인사 청탁 정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말할 사안이 아니다. 언론이 너무 앞서 나간다”고 말한 대목도 사실상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검찰 수사 이후 시청 안팎에서 “김씨가 시정에 안 낀 데가 없다”는 말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도 수사확대를 강제하는 요인이다. 특이한 건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시청 공무원들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는 점이다. 실제 검찰과 시청 주변에선 검찰의 소환 대상자로 몇몇 공무원들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수사 확대 시점이다. 검찰은 ‘일단’이라는 단서를 달아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두긴 했지만, 김씨에 대한 알선수재 혐의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 ‘다음 산’으로 향한다면 수사 대상자들에게 입을 맞출 수 있는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수 있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이번 수사가 특수수사의 원칙과 거리가 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를 안 할 거면 몰라도 이미 언론에 보도된 의혹을 수사할 때는 신속한 압수수색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김씨 체포와 주거지, 시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에 비춰보면 이후 불거진 김씨 관련 추가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검찰이 잠시 숨 고르기를 하며 수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 초기에 비해 후속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수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번 수사 확대 여부는 김씨의 비리와 관련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얼마만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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